'감염관리수당' 예산 약 14억 국제 장관급회의 예산으로 돌려
"수당 확대해도 모자랄 형국에...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회의감에 빠질 수밖에 없어"
"보건의료 종사자들 지원하는 것이 대한민국 필수 의료 지원의 시작"
질병관리청 대변인 "11월 행사 5월 결정... 시급성 때문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21일 이번 주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코로나19 중증 응급환자들이 주말에도 신속히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 운영이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감염관리수당' 예산 약 14억원을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 회의 예산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며 "코로나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고생한 의료 종사자를 위해 위험수당, 생명수당 등을 확대해도 모자랄 형국에, 장관급 회의를 위해 의료진 수당에 손을 댄 것을 ‘부득이한 결정’으로 이해하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감염관리수당 지급이 더디고 미미한데다가, 고생한 현장 인력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수당을 받으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만들고, 현장 인력에게 합리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올바른 대책을 세우지는 못할망정, 그 예산을 홀라당 가져다 쓰는 것에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회의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동현 기자>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감염병이 반복적으로 찾아오더라도 의료진들의 일방적인 헌신만 요구하는 것이 아닌, 합당한 보상까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감염병 체계를 마련해주시기를 촉구한다"며 "2년 넘게 코로나와 싸워온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이미 많이 지쳐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대한민국 필수 의료 지원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지급하는 감염관리수당 예산을 국제회의 개최 용도로 전용한 데 대해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 감염관리수당은 차질 없이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국제회의가 5월에 결정됨에 따라서 해당 예산 확보를 위해서 부득이하게 일부 전용했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감염관리수당 예산 13억8900만원이 GHSA 장관급 회의 용도로 바뀌었다. 올 11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GHSA 회의는 지난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동현 기자>
고 팀장은 "코로나19나 감염병 관리와 관련된 글로벌 보건 안보 구상 장관급 회의 국제행사 개최를 한국에서 진행하게 돼, 시급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전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감염관리수당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지급될 예정이고, 또 인권위에서 권고했었던 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하반기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감염관리수당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지정한 중증 환자 전담치료병상, 준중환자 치료 병상 및 감염병전담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력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하루 2만~5만원을 지급한다. 당초 원청 소속 근로자에게만 지원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사회적 신분 차별'이라며 대책 마련을 권고한 후 대상이 확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