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치사회 > 정치

尹대통령의 한일관계 메시지... 日에 오해 빌미 제공 않아야

  • 보도 : 2022.08.17 11:34
  • 수정 : 2022.08.17 11:34

광복절 경축사 한일관계 메시지, 文정권과 입장 달라

文 '先과거사 해결-後미래지향적' vs 尹 '先미래--後과거사 해결'

日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尹대통령 뜻 재대로 전달되어야 해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한마디도 안해"... 서운함 나타내

野 "국민적 공감 없어, 日에 잘못된 신호 주는 것... 굴욕 외교"

조세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측에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축사하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교착상태 빠져있는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권 5년 동안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지만 '역사문제는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못 박은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입장 표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며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뒤 귀국길 공군 1호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과거사 문제와 양국 미래의 문제는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같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양국 간 과거사 문제가 진전이 없으면 현안과 미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없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부 함께 논의할 수 있고,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 과거사 문제도 충분히 풀려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尹대통령 한일관계 메시지, 文정권과 접근방식에 차이 있어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와 관련해 '미래와 시대적 사명·과거사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전 문재인 정권이 '선(先)과거사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과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조세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5년 동안 한일관계에 대해 先과거사 문제 해결-後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2019년 제7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축사를 를 하고 있는 당시 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 전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한일관계에 대해서 '미래지향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촉구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초인 지난 2017년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 때문이라면서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듬해인 2018년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당시 순풍에 돛을 단 듯한 남북관계에 집중하면서 "아베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2019년 제74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의 대한 경제보복을 감안,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경제 강국'을 강조하면서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또다시 과거사 해결을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2020년과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방역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본을 향해 '포용적 역사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주창해온 것과는 달리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김대중-오부치 담화' 계승 발언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대중-오부치 담화' 당시 한일관계는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는 양국 현대사에서 가장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 시기였다. 하지만 이후 기류가 변해 일본 정부는 이 담화를 계승한다는 언급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권한 이래 더욱 우경화되면서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사죄는 없다'는 강경 태도를 견지해 오고 있다.

특히 아베 전 총리는 재임시 '종군위안부' 등이 명시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등을 손을 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바 있다.

'고노 담화'나 '무라야마 담화'는 종군위안부 관련 법적 책임이나 배상 얘기가 쏙 빠진 반쪽짜리 담화에 불과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마저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다만 아베 전 총리 이후 집권한 스가 전 총리나 기시다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고노 담화'에서 밝힌 내용 정도만 계승한다는 것이다. 법적 책임과 배상 문제는 거론의 대상이 아니고 '도의적인 책임일 뿐'임을 계속 고집하는 셈이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1998년 당시 김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일본 총리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측 사과 표명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부치 총리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가해자=일본, 피해자=한국, 그리고 사죄'라는 분명한 표현을 했다. 결국 한국은 ‘미래를 바라보고’, 일본을 ‘과거를 되돌아본다’는 취지로 대표적인 양국 협력 선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내의 사과는 ▲한국을 지칭한 사과 ▲기존 담화형식이 아닌 공식문서 ▲자민당 보수정권 사과라는 점에서 상당히 진일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전 '고노 담화'(1993년8월), '무라야마 담화'(1995년8월)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라기보다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두루뭉술한 사과라는 평가다. 
이용수 할머니, 尹대통령 발언에 '서운함' 드러내... 野도 강하게 '비판'
조세일보
◆…8월 3일 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일행 숙소로 사용되는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앞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펠로시 의장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요청 서한 전달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 펠로시 의장 일행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정문이 아닌 다른 쪽 통로를 통해 호텔로 들어가 서한 전달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밝힌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편 종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4) 할머니는 "어떻게 광복절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말씀은 한마디도 없으신가"라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를 통해 낸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며 "이 세대가 다시 한번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11명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위안부 문제 역시 인권과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들의 피해회복 해법을 묻는 질문에 "정부 출범 전부터 외교부와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어젠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느라 세부적인 이야기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 취지에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관계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한 내용이 포함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윤 정부가 처한 대내외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신(新)냉전체제 돌입과 미·중 갈등 고조 등 지형학적 불협화음 속에서,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경제 압박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미일 공조체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 국정수행 지지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종군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은 그 무엇보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日에 '과거사 해결' 오해 빌미 제공해선 안돼... '독일 사례' 따라야
조세일보
◆…일본 NHK 방송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제77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 내용을 보도했다.[출처=NHK방송 캡처]
 
일본 주요 언론은 윤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NHK는 윤 대통령이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평가했고, 요미우리신문도 한일관계를 빠른 시기에 개선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나 종군위안부 피해자 등이 언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체들은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식 표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것은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어려움 속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77주년 광복절에 식민지배의 역사를 '정치적 지배의 역사'라고 순화한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이 아닌 일본만을 향해 있었다"며 "원칙도, 국민적 공감도 없는 일방적 한일관계 개선 추진은 오히려 일본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의 현안은 외면한 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모호한 수사만 남발했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본뜻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문 원내부대표는 역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를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며 "일본의 통렬한 사죄와 반성 없이 한일관계 개선에만 몰두하는 윤석열식 굴욕, 굴종외교 노선을 당장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고, 주변국들을 침공해 대량학살(독일의 유대인 확살·일본의 강제징용 등)까지 자행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패전 이후 양국의 행태는 사뭇 달랐다.

독일은 자국의 만행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막대한 피해 보상, 주변 국가와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통해 진정한 선진국의 위치를 확보했다. 반면 일본은 어떠한가? "역사를 잊은 민족엔 미래가 없다"는 윈스턴 처질의 말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히려 지난 6월말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가 '한미일 공동 군사훈련·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등 또다시 국방력을 키워 아시아에 대한 지배권을 높이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일본측에 자칫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 변화라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 역시 인권과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라는 윤 대통령의 뜻이 일본에 제대로 전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