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검수완박' 불지핀 한동훈... 복합위기에 '협치' 물 건너갈 듯

韓, 법 시행 한 달 앞두고 '시행령 개정' 통한 檢 수사권 확보 시도

'검수완박법' 시행되면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만 檢 수사 가능

韓 주장의 배경엔 법 문구 중 '中'과 '等'의 해석 차이... "꼼수' 지적도

민주, 韓의 검수완박 무력화에 "국회와 전면전"... '협치' 물 건너갈 듯

일명 '검수완박법' 시행을 한 달 앞둔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직자 범죄인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범죄는 물론 '선거사범'도 부패범죄로 재분류해 검찰 직접수사 방침을 밝힌데 대해 야권은 '입법부와의 전면전'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해 파장을 예고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오는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10일 소위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된다.

공직자 범죄 중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부패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이고,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므로 '부패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 주장이다.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4월 ‘검수완박법’의 첫 발의 과정에서는 검사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 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중'이라는 글자가 '등'으로 바뀌어 통과된 데 대한 해석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를 '검수완박법'에 열거된 '부패·경제' 범죄 외에 다른 범죄 유형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한 장관도 이날 발표에서 "(부패·경제) 2가지 외 다른 유형의 중요 범죄를 구체화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TV조선 '9시뉴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가 내놓은 논리는 법안의 단 한 글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검찰의 수사 범위를 과거처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6월 말 개정 법률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한 달 넘게 절차를 개시하지도 않고 있어, 법 시행 이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 조문상 사라진 공직자·선거범죄 중 일부를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재규정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해당 보도자료와 각각의 개정·폐지안은 물론 '개정안 관련 Q&A', 그리고 이날 한 장관의 브리핑 영상과 해당 PPT 파일을 함께 배포했다.

한 장관은 브리핑에서 "중요 범죄에 대한 검사 수사를 제한하여 국가 전체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되면, 우리 국민과 사회가 얻게 되는 공익이 무엇인지 그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주는 분은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법) 이 법이 시행되면 국민 여러분들께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인 영향이 올 것"이라며 "그래서 이 법과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시행령 안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조언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 "국회 입법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 직격... 강경대응 방침

이에 대해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이 입법예고한 데 대해 "검찰 정상화를 위한 국회 입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 법무부가 검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며 "이는 국회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법문을 해석한 ‘법 기술자’들의 꼼수"라고 한 장관을 직격했다.

이어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이유는 간명하다"며 "수사권을 무기로 정치권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검찰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쿠데타’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입법으로 불법행위를 중단케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여야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후속 조치를 논의할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대통령령을 활용하는 것은 국회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가 국회를 통과한 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시행령으로 원위치시키려 한다면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9월부터 검찰개혁 법안이 시행되니 지금 진행 중인 수사를 어떻게 할 건지 검찰이 고민하다가 수사를 계속 진행할 우회적인 방법으로 '꼼수'를 부린 것 같다는 지적이다.

우 위원장은 12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도 한 장관을 겨냥해 "너무 설친다는 여론이 굉장히 많다"며 원색비난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으로 한 장관과 김건희 여사를 꼽는다"며 "그만큼 한 장관이 소통령으로 검찰을 진두지휘하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며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헌법의 대원칙도 무너뜨리는 일이다. 당장 입법권 무력화 시도를 멈추라"고 한 장관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멈추지 못하겠다면,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법상 절차와 가능한 모든 사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검찰청법 4조의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서 '등'은 앞선 수사 범위를 축소한다는 제한적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이를 확장적 의미로 해석해 검찰 수사권의 범위를 확장하려 하는 상황이 올 줄 알고 당시 법사위 회의, 본회의에서 못 박았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법을 수호해야 할 장본인이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입법권을 정면 부정하며 벌써 두 번째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며 "한 장관의 무도한 헌정질서 유린 행위는 반드시 윤석열 정부와 본인의 앞날에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네티즌들도 "한동훈 한 명이 국힘 국회의원 100명보다 훨씬 더 낫다", "마약이든 부패든 죄를 찾아서 벌하겠다는데 반대하는 민주당은 뭐냐?" 등 찬성 의견과 "왜 경찰은 호구냐? 대통령 권한도 축소하는 마당에 왜 x검은 온갖 밥그릇 다 꿰차고 xx하는가?", "국민을 호구로 아나? 왜 온갖 수사 권력을 검찰만 다 손아귀에 넣고 경찰의 견제와 균형을 내팽개치려고 하느냐" 등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검수완박'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복합위기 상황에서 '검수완박' 재점화... '협치'는 물건너갈 듯

한동훈 장관은 자신이 입법예고한 '검수완박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 무시'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 "국회를 무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앞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다. 문 정부에서는 이를 '검찰선진화' 또는 '검찰정상화' 등 의미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용어로 사용했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검수완박'으로 부르면서 이 용어로 고착화됐다.

이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그해 3월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다)"이라 주장하며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최대 쟁점화됐다.

조국 사태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180석 안팎의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검찰개혁, 즉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별 진전이 없다 올 3월 대선 결과 정권교체가 확정되자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최대한 없애는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와 막판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조율된 타협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관보에 게재되어 개정 법률안이 공포됐고, 부칙에 의해 4개월 경과 후인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된다.

한 장관이 검찰 수사권 유지를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거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취임 100일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안보·민생은 물론 재난의 복합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협치를 통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면 밑으로 내려간 '검수완박법'이 재점화되면서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