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경찰국장, 밀정·밀고 의혹에 "밀정 프레임 씌워...의도 의심스럽다"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은 11일 과거 자신의 경찰 특채가 노동 운동을 같이하던 동료들을 밀고한 공로라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경찰국장이 되니 갖은 억측과 의혹을 제기하면서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어떤 의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게 밀고·밀정 프레임이 씌워져 있는데 그 프레임을 씌운 분들이 프레임을 입증하고 설명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국장은 학생운동을 하다 1983년 강제 징집된 뒤 보안사령부의 '녹화사업'(사상전향 공작) 대상자로 관리받았다.

제대 후에는 노동운동단체 인노회에서 활동했는데, 1989년 4월께 갑자기 잠적했고 그 무렵 동료 회원들이 줄줄이 연행돼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15명이 구속됐다. 같은 해 8월 김 국장은 대공공작요원으로 경찰에 경장으로 특채됐다.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3과에서 업무를 시작해 경찰청 보안5과, 보안4과 등을 거치며 대공수사·보안업무를 담당했다.

인노회 회원들은 그가 이른바 경찰의 '프락치'로 활동하다가 대공요원으로 특채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는 1989년 4월 인노회 회원들과 연락을 끊고 7월 경찰을 찾아갔다고 했다. 2차 검거가 1989년 4월에 있었고 수사가 마무리된 건 6월이다.

김 국장은 "제가 강제징집이 됐다는 것, 녹화사업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전역 후에 부천지역의 노동 현장에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을 했다는 것이 팩트"라며 "제가 진짜 밀고했거나 프락치였다면 의심받을 게 뻔한데 왜 사라지겠나. 또 의심받을 게 뻔한데 어떻게 인노회 사건이 끝나자마자 특채되나.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억측으로 구성된 소설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국장은 "1989년도 7월에 인노회 사건이 마무리가 됐는지 진행이 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찾아갔는데, 여하튼 그것에 대한 진술을 했었다"며 "그것이 저를 처벌하는 그런 근거로 사용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채 과정과 관련해 경찰공무원법 8조에 따르면 전문지식이 있는 자로 해당돼 특채가 된 것이라며, 주사파로 활동하면서 주체사상, 북한의 대남혁명노선, 레닌혁명론 등 공산주의 혁명이론 등에 대한 전문지식 학습이 전반적으로 이뤄져 특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노회 부천지역 간부급 활동에도 자백을 이유로 면책받은 이유에 대해선 잘 알 수 없던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7월에 경찰을 찾아가기 전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될 당시 형사들이 검거를 위해서 본인을 찾아다닌 일도 없었는지 묻자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김 국장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을 했다. 그중에서 유명 정치인들도 있다"며 "실제로는 군 복무 시절에 녹화사업을 직접 기획했던 분도 있고 프락치 정황을 의심받으면서도 아직도 건재하신 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제게만 매섭게, 가혹하게 무차별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지 너무나 형평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도 지적했다.

홍모 전 경감이 앞서 TV조선에서 인노회 사건 수사에 도움을 받아 김 국장을 특채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 경감은 박종철 열사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고문치사 사건 때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말한 당사자다.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이라는 보안사가 작성한 자신에 대한 존안자료를 스스로 공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때가 있으리라 본다"면서 "지금 제 문제로 이런 갈등이 있어 어떤 방안으로 해결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