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원유탱크 폭발…탱크 3개째 화염 휩싸여

중남미 쿠바의 대형 석유 저장 단지에서 벼락으로 발생한 화재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단지 내 8개의 원유 탱크 중 3개에 불길이 옮겨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불붙은) 두 번째 탱크에서 흘러나온 연료 탓에 세 번째 탱크마저 무너졌다"며 "새벽 사이 상황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마리오 사빈스 하바나 주지사는 이날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에서 온 지원 인력까지 동원해 물대포와 헬리콥터 등으로 지난 주말 단지 내 불길을 잡는데 진전을 이뤘으나, 전날 오후 2호 탱크에서 불길이 번지기 시작해 3호로 이어져 끝내 붕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연이은 탱크 화재를 ‘올림픽 성화 봉송’에 비유하며 각 탱크들이 가마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항구도시 마탄사스의 석유 저장 단지 내부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지난 5일 오후 8시쯤 시작됐다. 2만5000㎥의 원유가 저장돼 있던 탱크에 벼락이 내리꽂히며 대형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불길은 순식간에 옆 탱크로 옮겨 붙었고 4차례 폭발이 이어졌다. 두 번째 탱크엔 5만2000㎥의 원유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세 번째 탱크에 저장됐던 연료 용량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탱크에서 기름이 계속 새어 나오는 데다 검은 연기가 현장을 온통 뒤덮어 진화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지금까지 최소 1명이 숨지고 소방대원 17명이 실종됐으며 125명이 다쳤다. 매캐한 연기가 계속 확산하자 인근 주민 4900여 명이 대피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쓰거나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쿠바가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는 데다 연료난마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쿠바는 전체 전력 생산의 94%를 석유원료(천연가스 8% 포함)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화력발전이 전체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 동반국가인 베네수엘라로부터 저가에 제공받던 원유공급이 2018년 이후 저유가와 미국의 제재 강화로 인하여 대폭 축소되며 원활한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료가 부족해 자동차 주유를 위해 며칠씩 기다려야 하고, 귀한 경유까지 전력 생산에 투입해도 전력난은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