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신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 열어
외환거래 걸림돌 과도한 규제 철폐키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5일 신 외환법 제정 관련 "우리 경제의 위상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외화유출 억제'라는 과거의 입법정신에 벗어나 새로운 철학에 기초한 새로운 외환거래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달러화.(사진 연합뉴스)
#. 해외취업에 성공한 A씨는 출국 전 은행에 7만 달러를 취업한 국가로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월세 보증금 등 정착비용으로 쓸 목적이었다. 은행은 개인별 연 최대 해외송금 한도인 5만 달러를 넘고, 사용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A씨는 결국 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1만 달러만 휴대하고 출국했고, 나머지 6만 달러를 송금하기 위해 어머니가 대신 한국은행에서 대외지급수단매매신고를 했다. A씨가 이 돈을 받으려면 1~2개월 이상 걸리며, 외환거래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최소 11개 이상의 서류를 내야 한다.
앞으로는 외환거래 사전적 통제 장치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외건전성과 무관한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정부가 1999년 이후 유지해온 사전신고제를 폐기한다. 정부는 현재의 외국환거래법령을 전면 손질하는 새로운 외환법을 만들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5일 '신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현행 외국환거래법령의 개편 필요성과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정부는 1999년 외국환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단계적으로 외환 자유화 조치를 해왔지만, 1997년 외환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규제와 관리의 끈을 놓지 못했다.
반면 외환거래는 급증하고, 국내재산(비거주자) 대비 해외자산(거주자)의 선호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규제방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해외유학·여행·개인 이전소득 지급액은 2001년 72억1000만 달러에서 2019년 423억5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대외금융자산도 2001년 1176억 달러에서 2021년 1조4616억 달러로 확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편한 외환거래 절차(자본거래 신고의무 부과 등)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많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발제자로 나서 정부가 구상 중인 개편안을 직접 설명했다. 김 국장은 우선 "신 외환법 제정을 통해 외환거래 사전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해외로 송금할 때 당국에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개편안은 자본거래 및 지급·수령단계에서의 사전신고를 폐지하도록 했다. 사전에 인지를 못했을 때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일부 거래에 대해서만 신고제를 유지한다. 김 국장은 "자본거래와 지급·수령 유형을 전수조사하고, 각 유형을 사전신고·사후보고·신고예외 유형으로 분류하기 위한 기준·원칙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하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증권사 등은 환전·송금 업무에 제한이 있다. 개편안은 자본시장법 등에 규정된 금융기관들의 외국환업무는 허용하면서 필요한 규율 등을 부과하는 식으로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국장은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업무범위 확대 뿐 아니라 단계적인 원화국제화기반 마련, 해외직접투자 및 거주자의 해외증권취득 관련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령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기존 조문 체계는 원칙을 명시한 뒤 예외와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는 식이어서 체계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를 원칙-예외라는 구조로 단순화시킨다.
이러한 개편작업은 1999년 현행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한 이후 23년 만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0년간 유지했던 외환체계에서 벗어나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외환거래법령을 새로이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