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 강력 대응에 한반도 긴장감 고조... 과거로 회귀(?)

尹 대통령의 "무모한 핵 개발 의지" 발언에 北 강한 반발 예상

한·미·일 강한 대북 공조에, 김정은 '전략핵' 가동 밝힐 지 주목돼

金, 6월 들어 세 차례 중요 회의 직접 주재... 내부 결속 다져

나토 대중국 성명 발표 시엔, 中의 대북 영향력 약화 가능성 커져

핵 실험 강행된다면 한반도 시계는 다시 2017년 이전 회귀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끌기 위해서는 무모한 핵 개발의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남조선 당국은 화난의 근원인 나토의 검은 손을 잡음으로써 매우 고통스러운 중증 안보위기를 경과하게 될 것이며 치유 불능의 안보불안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을 계기로 남북한이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한반도의 시계가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신은 이날 김효명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가 한일 정상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하며 "조만간 북대서양의 검은 파도가 태평양의 고요를 깨뜨릴 것이란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그는 "나토는 미국의 패권주의 전략 실현의 하수인, 현지 침략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피의 대가로 미국식 국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남조선을 대포밥으로 삼아 지역의 패권을 추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관은 남조선 현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나토의 동방 십자군 원정의 척후병, 총알받이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자가 혹시 나토 그늘 안에 들어서면 미국 상전 칭찬도 받고 안보 불안도 덜 수 있다고 오산하고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은 불구덩이에 두 발을 깊숙이 묻어 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록 개인명의의 입장문이기는 하나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나온 발언으로 미루어 북한 지도부와의 교감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남조선 당국자'란 표현으로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정세의 불안정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약 5년 만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이니 지역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3국 협력을 강화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각 협력은 우리의 공통목표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며 "그 중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지속해서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번 역사적인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개국 회담이 열린 것을 매우 환영하고 이러한 형식의 대화가 지속되면서 3각 공고가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북한을 비롯한 추가적 도발 행위의 가능성이 점점 더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당시 확인된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의 억지력 강화를 포함해 한미일 공조 강화가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핵실험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공동훈련을 포함해 한미일이 함께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라며 "한미동맹의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도 일본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일 정상이 나토 참석을 계기로 3국 정상회의를 갖고 북핵 위협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섬으로써 향후 북한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물론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7차 핵 실험을 위한 물리적인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다만 실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키(key)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단행 여부는 당 차원이 아닌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개인적 결정 사항이 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난 28일 '이슈브리프'를 통해 북한의 제7차 핵 실험 단행 여부는 당 차원이 아닌 김 위원장의 개인적 결정사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에서 핵무기 사용 권한은 김정은에게만 있고, 그의 집권 후 이뤄진 핵실험은 오직 그의 최종 허가에 의해서만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 특성상 당 중앙군사위 등의 '집체적 결정'보다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 호칭을 쓰는 김 위원장 개인이 핵실험 단행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게 김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김 위원장의 핵실험 결정엔 기술적 요인과 기후적 조건, 대내외의 정치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윤 대통령의 나토 연설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지켜본 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서며 불만을 표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미일 정상들이 회의에서 북핵을 정조준하며 공동대응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강한 경계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7차 핵 실험 또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 시점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남측의 '새 정부 길들이기' 차원이든 '북미 관계 재설정' 차원이든 조만간 도발 강행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김 위원장의 속내는 매우 복잡한 것으로 읽혀진다. 앞선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윤석열 새 정부가 한 ·미·일 삼각동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토와의 연대를 강화한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판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비서국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지난 8~10일 노동당 중앙위 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종료 이틀 만에 비서국 회의를 소집했고, 노동당 중앙군사위 8기 3차 확대회의(6월21~23일) 종료 나흘 만에 비서국 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이날 주요 내용은 ▲각급 당지도기관 사업체계 개선·정비, 정치활동 강화 ▲도당위원회 사업 지도·방조 강화 위한 새로운 체계 마련 ▲보위, 안전, 사법, 검찰 부문 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도 강화 ▲올해 필요 사업 조직·진행 등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 조직 정비 등을 통해 규율 강화 등 통제적 장치를 강화해 내부 체제 결속을 다진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나토 계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앞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던 2017년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후 무려 4년 9개월 만에 열렸다.

특히 이번 회담은 이전 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대응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전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대북 제재 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대북문제 접근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회담에선 북한 비핵화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내 안보질서 유지를 위한 대중국 견제 등 매우 민감한 현안도 제기돼 중국과의 연대를 최우선시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고뇌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미·일 정상회의에 이어 나토 정상회의 7번째 연설자로 나선 윤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이끌기 위해서는 북한의 무모한 핵 개발의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북핵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의 대북 압박에 더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북핵 관련 강도 높은 성명 채택이 이뤄질 경우 김 위원장은 7차 핵 실험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커 보인다. 즉 정치적 결단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미 7차 핵 실험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로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성명이 채택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 등 서방의 견제에 대응해 북한의 무력시위를 용인해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나토 측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같은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주재로 지난 23일 끝난 노동당 중앙군사위 제8기 3차 확대회의에서는 '전선부대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계획을 추가하는 조치'가 언급됐다. 이는 지난 4월 신형전술 유도무기 시험발사 당시 북한이 언급한 '전술핵 운용'의 '실전 배치' 의미라는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7차 핵 실험 강행을 최종 판단을 한다면 내달 초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핵 실험 강행에 따른 여파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핵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집고 넘어가야 할 상황들이 많아 보인다.

다만 남측과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나 앞서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커 보인다. 이와 함께 휴전선 인접 지역에서의 대대적 군사 활동 등을 통한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전후한 시기가 또다시 한반도 긴장이 극대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평양 선언 등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방지에 노력해온 양측이 나토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2017년 한반도 정세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