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李, 심사숙고해달라...전대 나오면 당내 갈등 양상 커질 것"
고용진 "이재명, 계속 108번뇌 중...전당대회 불출마 의견이 주를 이뤄"
전해철 "대선·지선 평가, 민주당 미래 비전 설계가 중요, 출마 논의가 이를 막아"
민주당 의원 워크숍 결의문 채택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이은 선거 패배를 딛고 당의 쇄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요구에 고민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충남 예산군의 한 리조트에서 23~24일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워크숍에서는 이재명 고문의 전대 출마 여부가 최대 화두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전날(23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설훈 의원이 이 의원을 향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불출마를 압박했다. 이어 농담조로 "그냥 우리 같이 나오지 말자"고도 발언했다.
저녁 8시부터 밤 11시까지 10명의 의원이 모여 진행된 비공개 분임토론에서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요구가 거셌다.
추첨으로 뽑히는 분임토론 조 편성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같은 14조에 뽑혀 주목을 받았다.
비공개 분임토론에서 홍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전대에 나오지 말아달라. 당신이 나오면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 때 나타난 당내 갈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 양상이 커질 것"이라며 "정말로 심사숙고하면 좋겠다"고 뚜렷하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여러 가지로 고민된다"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14조에 속했던 고용진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는 선거 패배의 책임 있는 사람들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홍영표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당의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당사자인 홍영표 의원도 출마 여부를 굉장히 심각하게 나가는 쪽으로 고민을 해야 되고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되면 당내 단결‧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하고 계시고 어제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명 의원은 지금 계속 108번뇌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원내와 원외, 또는 당내와 당밖의 의견들이 아무래도 온도차가 있을 거 아니겠나.. 그래서 이런 얘기를 듣고 본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판단도 있어서 깊은 고심에 빠져 있는 상태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대선·지선을 잘 평가하고 민주당의 가야 할 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온다면 그런 평가가 제대로 되겠나 하는 우려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당 대표에 나오지 않는 것이 당론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그 패배를 딛고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중요한 의제인데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출마 문제가 이런 논의를 막아버리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 혁신 방향에 맞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일단 나이로 제한하는 건 맞지 않다"며 "새로운 분들이 앞으로 당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평가와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당에 그런 역량을 갖춘 분들이 많고, 워크숍 이후에 많은 분들이 지원도 하고 비전을 제시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1박2일간의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당 구성원 모두 민생 최우선주의로 무장하자"고 다짐했다.
이어 "유능한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며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을 적극 대변하는 겸손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세대교체를 통한 당 체질 변화와 계층 간 소통의 강화도 약속했다.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청년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청년의 가치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당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미흡했던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워크숍 마무리 발언을 통해 "패배의 후유증을 딛고 다시 서는 민주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정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이겼을 때 우리 태도가 어땠는가, 오만하지 않았는가. 졌을 때 우리 태도는 어땠는가. 비굴하지 않았는가. 평가는 우리 자신의 냉정한 자기반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그것이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실천과제로 노출될 때 다시 국민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선거 평가와 전당대회 준비, 원구성 방향, 새로운 가치 등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들이 나올 수 있었다"며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은 의원총회를 통해 채워가겠다. 어제 쏟아지는 장대비에 '함께 비를 맞으면 외롭지 않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가 떠올랐다. 함께 뼈를 깎고 혁신하고 쇄신해서 새로운 민주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