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정치 쟁점화로 '정보 분석관' 흔들지 마라… 분석관 판단 안 하면 나라 망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치 쟁점화 유감

당시 군, 해경, 정보당국 판단 일치… 월북 문제, 심각한 쟁점 아니었다

여당 정치 쟁점화, "월북 사건 논쟁으로 군·해경 정보 분석 판단력 급전직하 할 것"

대통령실·여당에 고언… "정보 분석관 희생시키지 마라"

김병기 의원은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민주당 간사를 지냈다.

김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점은 신기로 하는 것이고, 분석은 여러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공통점은 100%는 없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당시 우리가 격분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북한군의 만행이었지, 월북 문제는 심각한 쟁점이 아니었다"며 "월북 문제가 큰 쟁점이 아니었던 이유는 군과 해경 그리고 정보당국의 판단이 일치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정권이 바뀌니 문제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월북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 왜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냐며 당시 관계자들을 정보를 왜곡한 거의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당이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당시 정보 판단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줄줄이 문책당하거나 조사에 시달리는 등 분석판단에 대한 무지가 여러 사람 잡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능력을 동네 정보원 정도로 초토화시킨 원세훈 전 원장이 떠올랐다"며 "정보에 무지하였던 원 전 원장은 분석관의 판단이 틀리면 관련 업무와 전혀 무관한 직책으로 좌천시켜버렸다. 그 결과 직원들은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공무원이 무능하면 짤리지는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라고 지난 사례를 소환했다.

김 의원은 "선배 한 분이 무력화된 국정원을 한탄하면서 하신 말씀이 귓가에 선하다"며 "북한 최고 공작관 백 명이 백 년 동안 해도 못할 일을 원세훈 전 원장이 1년 만에 해치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86년 11월 김일성 사망설을 국방부가 발표하였음에도 당시 거의 유일하게 죽지 않았다고 판단한 국정원(당시 안기부)이 24년이 지난 2010년에는 김정일 사망에 대해 보고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하며 "한번 무너진 분석 능력을 복구하는데 20년 이상 걸린다는 속설은 2018년 김정은·이설주 중국 방문 때 씁쓸하게 입증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석관들이 정말 몰랐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단언하건대 이번 월북 사건에 대한 논쟁으로 군 정보당국과 해경의 분석 판단력은 급전직하 할 것"이라며 "그리고 종국에는 아무리 닦달해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하나마나한 보고만 올라 갈테고 결국 판단은 최고 지휘관이 하게 되고 책임도 지게 될 것"이라고 정보 분석관들의 태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월북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실과 여당에 고언한다며 "월북 사건과 관련하여 정보 조작이 있었다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최고 벌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나름 최선을 다해 판단하였다면 제발 정보 분석관들을 희생시키지 마라. 만만하다고 하여 분석관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지 마라. 정보 판단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분들이 판단을 안 하게 되면 국가가 망한다"고 충고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86년 김일성 사망설 당시에 '다른 기관은 모두 죽었다는데 왜 당신만 안 죽었다고 하느냐'는 안기부장의 질문에 사표를 내면서 한 북한 국장의 답변으로 끝을 맺겠다"며 당시 국장의 말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었다.

"저는 우리 분석관의 판단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