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시달리는 바이든, ‘냉각 관계’ 사우디 내달 방문

미국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관계가 악화했던 산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비롯해 바레인, 카타르, 오만,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지도자와도 잇달아 만나는 등 중동 외교에 나선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살만 국왕과 걸프협력회의 +3 지도자들과 만나고 사우디 왕세자도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 통합 및 확대에 대해 논의한다"고 전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번영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강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3(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미국의 안보와 경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에너지 문제 등 외교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상대국들을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13∼14일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번 방문이 이스라엘을 중동으로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도 찾아 팔레스타인 국민을 위한 안보와 자유, 기회를 제공하는 '2국가 해법'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차 밝히는 등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협의를 마치고 사우디아리비아 제다로 이동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거의 8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이번 중요한 사우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그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리더십과 초청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을 놓고 미국의 유가 급등 등 인플레이션 악화 해결을 위해 산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국 휘발윳값이 지난 한 주 사이에만 0.19달러(약 243원) 올라 사상 최초로 갤런(약 3.8ℓ)당 5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미국에서 차량 운행이 늘어나는 드라이빙 기간(6~8월)이 다가온 점도 휘발유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pariah)'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1940년대부터 오랜 우방이었던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일정 수행차 필라델피아로 가는 비행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 방문이 유가 대응을 위한 노력 차원이냐는 질문에 "에너지 문제가 중요 이슈지만 유일한 이슈는 아니다"라면서 "사우디는 80년간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였으며 양국 이익이 얽혀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직접 자말 카슈끄지 암살 문제를 직접 제기할 것인지에 대해 장-피에르 대변인은 "인권 문제는 항상 대외문제 대응 시 대화의 한 부분이었으며 대통령이 누구와 대화하느냐와는 무관하게 항상 그럴 것"이라고 밝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면담 때 자말 카슈끄지 문제를 인권 문제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대해 "인권을 중시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 협력의 대가로 사우디의 언론인 암살 사건이라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