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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1.75%로 인상 결정…‘물가안정’ 우선

  • 보도 : 2022.05.26 09:59
  • 수정 : 2022.05.26 09:59

조세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물가상승률이 5%대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을 통화정책 우선순위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1.75%로 결정했다. 이번 금통위 본회의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부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회의다.

물가오름세가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신임 총재가 진행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첫 회의인 만큼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이어갈지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출입기자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4월 금통위 금리결정에서는 금통위원들이 성장보다는 물가 쪽에 방점을 두고 금리를 인상했다”며 “현재까지도 물가가 조금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는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동 직후에도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0.5%p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필요는 없었다. 향후 물가가 어느 정도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시점”이라면서 “5월 금통위의 상황을 보고 7, 8월의 경제 상황, 물가변화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며 빅스텝 배제를 논하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금통위가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가중되면서 국제유가, 원자재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은 미국에 비해선 여전히 낮지만 물가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은은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4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 4.8%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회의에서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완화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수출 또한 석유제품,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이 호조를 보이며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에서 0.25%p 기준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우리 경제가 2% 초중반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경기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한은은 경기가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온 것”이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이라 정의할 수 있으나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지만 초입 단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스텝을 했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어 한은은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밟고 양적긴축의 속도를 높인 것에 대한 완화적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미 연준은 5월 3~4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0.25∼0.50%)에서 0.50%p 인상(0.75∼1.00%)했으며 B/S 축소(양적 긴축) 시행 등을 발표했다.

연준의 정책금리 0.50%p 인상 결정은 2000년 5월 회의(6.00%→6.50%) 이후 처음이며 B/S 축소는 6월 1일부터 월 최대 475억 달러 규모(국채 300억, MBS‧기관채 175억) 감축을 시작해 9월 최대 950억달러(국채 600억, MBS‧기관채 350억)로 확대된다.

한은은 FOMC 회의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고 파월 의장의 발언도 다소 유화적(dovish)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인 0.50%p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은의 금융불균형 해소 기조를 안정적으로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달러강세를 인정하고 한미 간 금리역전으로 인한 자금 유출을 일정부분 용인한 통화정책으로도 풀이된다.

김 실장은 “미국이 강도 높게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 달러강세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한국은 미국만큼 빅스텝을 유지할 수 없다”며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충분하고 단기 외채 비중이 작아 한미 간 금리역전으로 인한 외환유출의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은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라는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7월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금통위 회의에서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김 실장은 “한국은 미국과 유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덜하고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세가 미진하기 때문에 경기 방어에 초점을 둔 긴축적 통화정책 의사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금리역전 현상을 우려하지 말고 완만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 앞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94%가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100명 중 94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는 직전 조사보다 44명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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