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

인수위, 현 정부에 양도세 중과 유예 요청

민주당도 매물 잠김 문제점 인정, 양도세 유예 등 추진

'부자감세' 저항 이겨낼 수 있을지

보유세 완화 공약에 다주택자 버티기 가능성도

인수위와 민주당 모두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들로부터 주택을 내놓게 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공언했다. 취득·양도·보유 전 과정의 세금을 높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하며 성난 민심을 달래줬고, 실제 부동산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던 서울지역에서 경쟁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윤 당선자는 여러 공약 중 시급성과 시행 가능성,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인수위의 첫 번째 부동산 과제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자감세’라는 지적과 함께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완화할 경우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텨, 집값 하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문재인 정부는 왜 양도세를 중과했나

2016년 본격적인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문재인 정부는 ‘투기꾼’들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2017년부터 임기 말까지 총 28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게 됐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내용은 두 번째 대책인 2017년 8월 2일, 일명 ‘8·2 대책’에 처음 포함됐다.

8·2 대책에서 문재인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를 더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2018년 4월 이후부터 이 내용을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다주택자들에게 일종의 '퇴로'를 열어줬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폭발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약발이 생각만큼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시작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급등했다.
그렇게 다주택자는 기본세율 기본세율(6∼45%)에 중과되는 세율까지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지방세(10%)를 포함하면 최고 82.5%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중과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작년 6월 양도세 중과 조치가 본격적으로 추가 시행되면서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기보단 증여를 택한 것.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은 점차 악화되고 있었고,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이 꼽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1순위가 '집값 안정'이었을 만큼,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

양당 대선 후보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양도세 중과 완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주택자가 4개월 이내 주택을 처분할 경우 양도세 중과를 100% 면제하고 7개월까지는 50%, 그 이후 10개월까지는 25%를 줄여주기로 했다.

이 후보의 공약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 청와대와 당내 일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한시적으로 매물을 내놓게 도와주는 게 다주택자에 유익하고 시장에도 유익한 길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양도세 완화 공약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청와대는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기재부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박탈감을 초래할 수 있다 게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 청와대 압박하는 인수위와 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0.73% 차이라는 초박빙 승부 끝에 윤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그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대로 지난달 3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다음 달부터 1년간 배제해줄 것을 현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세법 개정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치기 쉬운 시행령을 통해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겠다는 것.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다주택 중과 제외 대상에 '보유 기간 2년 이상인 주택 양도'를 추가하면 다주택자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 다만 법에서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양도에 대한 세율 중과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을 고치지 않으면 2년 미만 보유자는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율이 아닌 최고 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인수위 뿐아니라 민주당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거나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기헌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현재 양도세 중과제도는 다주택자가 종합부동산세 등의 압박에도 높은 양도세로 인해 처분을 주저하게 해 매물 잠김이라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단계적 유예 방안부터 다주택의 전체 보유기간에서 중과세율이 적용된 기간 비율만큼만 중과세율을 적용 등 다양한 안을 놓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 "부자감세", "역효과 날 것"… 곳곳에서 우려

차기 정부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합심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인 만큼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지난해 양당 후보의 양도세 중과 유예 공약에 대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조바심 난다고, 겨우 안정되고 있는 부동산을 들쑤시는 일은 이제 좀 그만하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은 이미 올해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종부세·양도세를 줄줄이 완화하는 집부자 줄감세를 했다"며 "거기에 이제는 다주택자 감세를 들먹이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집부자 표가 간절한 모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갈아타기 수요만 자극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은 서울 중심지보단 외곽부터 집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심지 가격이 오를 경우 집값은 못 잡고 부자감세만 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도세 중과 유예를 통해 정책 목표인 '집값 잡기'에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윤석열 당선자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 대한 감세 부분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완화하는 것은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부동산 관련 세부담이 줄어들 경우 버티기로 갈 공산도 크다는 것.

한 조세전문가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모두 완화해준다고 하면 주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게 더 이득이란 계산을 할 수 있다"며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게 하려면 장기적으로 보유세는 유지하면서 거래세 등 양도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에 기간이 촉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당선자의 공약은 애초에 2년 유예였으나, 1년으로 줄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최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간이 문제인데, 한 3년 정도 기간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며 "3년 정도 시간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 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조금은 무겁게 과세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과 정반대의 정책이기에 당장 시행령 개정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달리는 상황이다. 현 정부에서 인수위의 요구를 거부하고 시행령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차기 정부에서 직접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