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국인 노동자 늘어도 내국인 일자리 안줄어…소통직무 증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어도 내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고 영업직 등 소통직무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김혜진 부연구위원은 5일 ‘BOK경제연구:외국인 유입이 내국인의 직무특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회귀분석 결과에 의하면 외국인 유입 증가는 내국인의 고용 감소없이 내국인의 소통직무를 유의하게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지역의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1%포인트(p) 증가했을때 육체직무 대비 소통직무 상대공급이 0.3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외국인 비중이 1%p 증가했을때 육체직무 일자리가 100개가 늘었다면 소통직무 일자리는 100.39개 증가했다는 의미다.

성별로 세분해 보면 남성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여성은 외국인 유입 증가가 소통직무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가 0.55%로 전체와 비교해 더 크고 통계적 유의성도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경우 근속연수가 남성에 비해 짧아 기업 특유 인적 자본이 적고 따라서 육체직무에서 소통직무로 전환하는 비용이 적게 드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및 유럽 국가 등 전통적 이민자 수용 국가에서 발견됐던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내국인의 직무특화 현상이 국내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났다”며 “외국인과 내국인이 언어능력과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도 등의 차이로 인해 완전 대체재가 아니라면 외국인 유입 증가시 내국인 고용 감소없이 오히려 직무특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특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근로자의 기술향상을 위한 재교육, 활발한 인력 재배치를 위한 고용주와 노동자 간 매칭 효율성 향상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현황 자료 등을 이용해 외국인이 많이 유입된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내국인의 육체직무 대비 소통직무의 상대공급이 증가했는지 분석한 자료다. 코로나19 상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은 2000년 0.5%에서 2015년 2.3%로 약 4배 증가했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