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대선후보, 공매도 제도 개혁하라”

한투연 등 소액주주단체, 대선후보에 주식시장 개선안 제시
외국인·기관에 공매도 상환기간 90일, 담보비율 140% 적용해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및 12개 소액주주단체는 20일 오후 4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대선 후보에게 보내는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파스 사조산업 성창기업지주 셀트리온 신라젠 씨젠 아이큐어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HMM SK케미칼 등 소액주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요지는 주식투자자 민심을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는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개인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시장에 염증을 느끼고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주식시장의 불공정을 해소할 방안을 공약에 넣고 실행할 대선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공정한 발전을 위한 6개 항목으로 ▲공매도 제도 개혁 ▲개인주식양도소득세 철회 또는 연기 ▲금융위원회에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 설치 ▲무분별한 물적분할 금지 ▲상법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 ▲기타 상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공매도, 외국인·기관도 개인과 공평해야”

이들은 공매도 제도 개혁을 위해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에서 90일로 제한 ▲외국인·기관의 담보비율을 현행 105%에서 140%로 변경 ▲외국인·기관도 증거금 도입법제화 ▲시장조성자 제도 폐지 또는 전면 개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종목별로 발행주식 수의 3~5% 이내로 공매도를 제한하거나 주체별 보유 비율에 비례하도록 공매도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의 ‘공매도 총량제’ 도입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2023년 시행을 앞둔 개인주식양도소득세(금융투자소득세)를 전면 철회하거나 2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개인주식양도소득세 시행은 개인투자자의 과세로 귀결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그 대신 개인, 외국인, 기관 모두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소폭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에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부서를 즉시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 공매도 제도 개혁, 개인투자자 주식투자 교육, 대주주 및 오너 횡포 방지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해야”
 
마구잡이 물적분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쪼개 신설회사로 만들고, 그 지분을 모회사가 100% 갖는 기업 분할 형태를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은 “물적분할은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대기업 상장사들의 무분별한 물적분할을 규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적분할 전환 ▲주식매수청구권 시행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금지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을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상법 제382조의3항의 ‘회사를 위하여’ 문구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개정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제 및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제고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 대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대선주자들 “공매도 순기능 있어...제도 개선은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기관·외국인과 개인 간 공매도 차입 기간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겠다”면서도 “다만 공매도를 폐지할 경우 우리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없다”며 공매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유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올해 초 “공매도는 분명 순기능이 있지만 우리 주식시장의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만 돈을 벌고 개인은 손실을 보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공매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다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아직 공매도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매도 제도 개선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