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尹 곁에 '문고리 3인방' 있다... 100% 확신은 아직"

김종인 "사람에 집착하면 성공 못한다... 내가 허수아비 노릇 할 순 없다"

'합류여건'은 '확신과 '후보의 정직성'... "상황 따라 왔다 갔다 하지 말라"

김 전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을 예로 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새로운 정치를 위한 상황인식'을 주문했다. '문고리 3인방'처럼 윤 후보의 눈을 흐리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논란이 된 '파리 떼'나 '자리 사냥꾼'과 같은 자극적인 조어를 피하고 '운영 전권 요구설'과 '추천설'은 모두 부인하면서도, 선대위 합류를 위한 사실상의 선결조건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며 공을 윤 후보에게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8일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대담'에서와는 달리 "총괄선대위장을 맡게 될 것 같으면 선거를 책임지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선대위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하는 그림을 제시해야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그 '그림'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와 '좋은 대통령이 될 후보라는 확신', '후보의 정직성'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김종인 "사람에 집착하면 성공 못한다... 내가 허수아비 노릇 할 순 없다"

김 전 위원장은 '캠프에서 빠져야 할 사람도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 사람들(빠져야 할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가장 유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를 향해 "사람에 너무나 집착하면 성공을 못한다"고 충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지나치게 특정한 사람과 편리한 사람들에게 집착하다가 결국 실패했다"며 "대표적인 게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사람들만 상대하고 그 사람들이 얘기한 것만 옳다고 생각해선 성공할 수 없다. 윤 후보가 냉정한 판단능력을 가져야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식으로 가면 국민이 따라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문고리 3인방처럼 윤 후보의 눈을 흐리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물음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선대위에 넣어야 할 사람'에 대해선 "내가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장제원 의원 등이 선대위에 합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는 "그건 윤 후보에게 달려 있다. 윤 후보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고 대통령이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이 정확해야지 그런 상황인식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가 없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가 크다고 선거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표를 모을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생각해야지 '뺀 사람들'을 많이 끌어오면 국민이 식상해하는 똑같은 얼굴을 내놓고 있는 것인데 감흥이 있을 수 없다"며 "윤 후보는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 정치를 새롭게 바꾼다는 인상을 준다는 가장 큰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태희·윤희숙·금태섭 추천설'과 관련해선 "나는 추천한 적이 없다. 기자들이 상상해서 이러쿵저러쿵 쓰는데 나는 솔직히 인사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얘기를 안 한다"며 "국민의힘에 10개월 있으면서 한 사람도 데리고 간 사람이 없는데 내가 인사에 관심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저 사람이 오면 내가 불리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말을 막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선대위 운영 전권 요구설'과 관련해선 "내가 무슨 전권을 달라고 그랬냐"고 반문하며 "책임을 맡으면 목적 달성을 위해 내가 가진 지혜를 동원해 도와주지 그 사람에게서 특별한 보장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과거에 여러 사람을 도와줬지만 내가 무슨 한자리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안다. 그런 식의 사고를 가지면 절대로 같이 협력을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또 "('선대위 합류 여부'를) '예스'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후보 스스로 확신을 갖고 결심하는 거지 나와는 관계없다"며 공을 윤 후보에게 넘겼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며 "내가 노태우 정부 경제수석으로 들어갈 때 노 전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문서로 '이렇게 이렇게 하시려면 나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관두시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그렇다 보니 전권을 바라신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전권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전권은 인사고 뭐고 자기가 다 해야 한다고 건데, (나는) 일할 수 있는 소위 여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물어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합류여건은 '확신과 '후보의 정직성'... "상황 따라 왔다갔다 하지 말라"

이날 김 전 위원장이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한 "일할 수 있는 여건", 즉 '합류 여건'은 '좋은 대통령이 될 후보라는 확신'과 '후보의 정직성'이었다.

특히 '후보의 정직성'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정의가 지난 8일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대담'와는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당시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를 각각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으로 비교하며 "고발사주 의혹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내일 대선을 치른다면 현재 상황에선 윤 후보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정직성에 대해 소위 합격점을 준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서는 후보의 정직성을 "적당히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한번 말했으면 책임질 줄 알아야 하고 상황이 변경됐다고 적당히 어물어물 지나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나는 인생을 거의 다 산 사람이고 이번에 일하면 마지막 일을 하는 건데, 마지막 일을 그르치고 싶지도 않고 마지막 일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선 안 된다.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에서부터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위해서는 좋다"며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때 진짜 잘할 사람인가 100% 확신이 없으면 (일을) 안 한다" 했다.

그는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를 주변 상황과 과정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며 "사실은 내가 이렇게 보면 대략 내가 판단할 수가 있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내가 정확하게 100% 확신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의 '20일 출범설'과 관련해선 "사실 윤 후보한테 '선대위를 늦어도 11월 20일은 발족을 시켜야 할 것이다'라는 얘기를 내가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