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이상 체납' 348명…작년에만 28명 늘었다

2020년 고액상습체납자 누계 총 5만7420명, 세액 50조2739억원

출국금지 처분 받은 납세자는 지난해 총 7399명

국세청 내부에선 예전부터 "'체납'만 없어도 국세청 업무 할만하다"라는 말이 떠돈다. 밭이나 아궁이 등에 꽁꽁 숨겨놓은 은닉재산을 파헤치는 일도 힘들고, 통장압류에 대한 체납자의 반발을 몇 날 며칠 상대하는 일도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국세공무원이 된 건지 사채업자가 된 건지 헷갈린다"는 체납정리 직원들의 아우성이 종종 외부로 흘러나오곤 한다.

세금을 안 내고 버티는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세청은 이런 체납자들에게 좀 더 강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고액이나 상습적인 체납에 대해선 명단을 공개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체납기간이 1년 이상이고 체납국세가 2억원 이상인 이들의 성명(상호), 주소, 체납액 등을 인터넷상이나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는 것.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누계공개자는 총 5만7420명, 체납세액은 50조2739억원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285조원이니, 이론상으론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만 거두어도 한 해 국세수입의 6분의1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0억원 이상을 체납한 이는 348명에 달한다. 100억원 이상 체납자의 체납액만 모아도 8조원이 넘으며, 작년에만 '100억 이상 체납 클럽'에 28명이 추가됐다. 체납액이 줄어들 수록 사람은 많아진다. 50억 이상은 676명, 10억이상은 9918명, 5억 이상은 1만6362명, 2억 이상은 3만116명이다.

개인 체납자의 연령을 보면 50~60세가 1만4554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이 1만2649명, 40~50세 9080명, 30~40세 2422명, 30세 미만 198명 순으로 나타났다. 법인 체납자는 1만8468명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만8584명, 서울이 1만4031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인천과(3849명) 부산(3057명)이 뒤를 이었으며,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1000명대로 나타났다.

한편, 고액체납자로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납세자는 지난해 총 739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징수법 시행령에 따르면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50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금지인원 보다 해제인원이 늘어 총 6025명으로 출국금지 인원이 줄었다. 올해 출국금지 체납자 현황을 보면 체납액 5000만원~1억원은 560명, 1억원~2억원은 810명, 2억원~5억원은 1978명, 5억원~10억원은 1380명, 10억원 이상은 1297명이다.

일각에선 고액체납자 출국금지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액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간 연장으로 체납징수효과가 높아지긴 어렵지만, 반복적인 연장요청에 소요되는 행정력의 낭비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출금금지 기준 요건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