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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美 군사전문가들 '시기상조' 평가

  • 보도 : 2021.10.14 09:26
  • 수정 : 2021.10.14 09:26

VOA, 미국내 군사전문가들의 우려 담은 심층 기사 보도

'종전선언' 통해 전쟁 끝나는 게 아니라 전쟁 위협 사라져야 선언 가능 주장

버웰 전 사령관 "北 병력 철수하지 않으면 종전선언 안돼"

서먼 전 사령관 "단순한 정치적 성명으로 불충분, 구체적 세부사항 중요"

종전선언, 한국에 대한 유엔 보호망 훼손 위험성도 제기

조세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 한반도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국제사회에 제안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을 내놓은 이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적극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확대되고 있다. 핵무력을 강화하며 비무장지대 인근에 병력을 집중 배치한 북한과의 종전선언은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유엔군사령부 해체 빌미만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미국의소리(VOA)는 14일 '종전선언 설득 나선 한국…유엔사 존립 근거 약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내 군사전문가들의 우려를 담은 심층 분석 내용을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성명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점과 '세부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비현실적'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종전선언에 대한 워싱턴의 회의론은 한국 정부가 ‘종전’과 ‘선언’의 인과관계를 거꾸로 인식한다는 데 맞춰져 있고, 선언을 통해 전쟁이 끝나는 게 아니라, 전쟁 위협이 사라져야 비로소 그런 선언을 할 수 있다는 논리라는 설명이다.

이런 선후관계를 국제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보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남북한 최전선에 집중된 군사력 축소를 한국전 종전선언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VOA는 전했다.

◆ 종전협정, 정전협정에 직접 영향 미쳐...단순한 정치적 성명으로 간주 어려워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VOA에 보낸 성명에서 "종전선언이라는 개념은 북한군의 공격적 전진 배치 태세가 중단돼야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상군 병력의 70% 이상이 비무장지대에 근접해 있는 데다 서울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대포와 미사일 포의 전진 배치는 심각한 상시 위협에 해당하는 만큼, 종전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으로 볼 수 없고 북한군의 태세 변화가 요구되는 조건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이 한반도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1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핵화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이고, 종전선언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고, 12일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종전선언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담 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실 보도자료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 없이 "서훈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지하고 지속가능한 외교로 진입하기를 요청했다"고 밝히는 등 워싱턴에서는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다른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한 데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휴전 상태를 벗어나려면 협상을 거쳐 도출된 평화조약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세부사항이 충분히 담겨있어야 한다"며 "(종전은) 단순히 정치적 성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벨 전 사령관도 "나는 어떤 종전선언도 평화협정 협상과 결부시킨다"며 "북한군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총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한국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 한국 정부 임기 말 외교적 유산 남기기 위한 국내 정치적 요소 다분 평가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을 적극 설득하고 있는데 대해 거듭된 대북 정책 실패를 만회하고 임기 말 외교적 유산을 남기겠다는 국내 정치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과 국방부 선임 동북아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관련 목표를 되짚어 보면, 그는 모든 면에서 분명히 실패했다"며 "그러나 달성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목표가 바로 '평화 체제'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벡톨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북한과의 휴전상태를 끝내는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여의 유산으로서 '성공'을 남기게 된다는 뜻이고, 실제로는 이것이 긴급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그 중요성을 축소함으로써 미국이 무엇인가에 서명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정치적 문서라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무슨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 종전선언, 한국에 대한 유엔 보호망 훼손 위험성도 제기돼

종전선언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구축된 한국에 대한 유엔의 보호망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전쟁 종식이 선언되면, 1950년 6월 26일과 28일 긴급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7월 7일 창설된 유엔군사령부의 존립 근거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2018년 7월 31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초소(GP) 시범철수 등이 유엔군사령부 해체의 전조라는 관측도 나왔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종전선언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거나 아예 쓸모가 없는 한편, 북한과 중국, 아마도 러시아를 대담하게 만들어 특히 유엔사령부 해체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하도록 만들 무의미한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해도 북한은 '적대시 정책'을 철회했다는 추가 증거를 요구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평화선언은 그저 기분만 좋게 하는 제스처로 북한의 재래식무기 위협을 실제로 줄이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하지만 위험한 것은 '전쟁이 끝났는데 왜 미·한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확장억지력을 유지하는가'와 같은 잘못된 평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북한은 유엔총회 등을 통해 유엔군사령부가 한국전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불법 기관이라며 해체를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중국 역시 종전선언 이후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벨 전 사령관은 "유엔군사령부와 관련해서는,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도발과 협정 위반을 조사하는 유엔사의 현재 역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 북한군 철수를 통한 선의 입증이 병행된 남북한 간 종전이 선언된다면, 유엔군사령부를 유지하되 이를 미군사령부 휘하에 둬선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종전선언이 미국 혹은 유엔군사령부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한반도 안보 체제에 영향을 줄 어떤 변화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전문가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돼도 유엔사 기능·역할은 여전히 유효 평가

지난 수년간 진행돼 온 유엔군사령부 ‘재활성화(revitalization)’ 정책이 북한과 한국 일각의 유엔군사령부 해체 요구에 대한 대비책 성격이라는 분석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반도에 모종의 평화체제가 구축돼도 유엔사의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나는 평화협정에 찬성하지만 유엔의 지속적인 (한국) 주둔에도 찬성한다"며 "우리는 러시아, 중국과도 외교 관계를 맺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평화협정' 이후 유엔군사령부’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위협적인 병력을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해 재배치하는 합의를 전제로 종전협정이 체결될 경우 "유엔군사령부 국가지도부의 재구성이 필요하며, 새 지도부에는 남북한 군사 배치 상황을 관찰하고 병력 위치와 능력을 유엔사에 보고하게 될 중립국감독위원회를 직접 감독하는 새 임무가 부여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19년 4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유엔사 본부에서 진행된 기자설명회에서 웨인 에어 부사령관은 유엔사 해체를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돼야 유엔사가 해체될 수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엔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 정부가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면 유엔사가 해체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론상, 종전선언이나 심지어 평화협정 후에도 유엔사가 해체될 만한 정치적 상황이나 조건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은 오랫동안 유엔군사령부의 철수를 원했고, 종전선언은 적어도 일반적 시각에서는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화를 합의했는데 한반도에 미군이 왜 필요하냐고 주장할 근거를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벡톨 교수는 "주한미군의 목적은 한국 방어이고,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오직 한 가지 이유, 즉 한국이 즉각 공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북한은 동맹을 잠재적으로 분열시키고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역량을 계속 강화하는 한 종전선언은 영원히 '미완'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인식도 워싱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킹 맬로리 랜드연구소 국제위기안보센터 국장은 "미국은 어떤 회담에서도 북한이 법적 구속력이 있고 검증 가능한 정치적 약속과 군축 약속을 지속해서 준수해야만 최종적으로 한반도에서 병력의 단계별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휴전협정도 수없이 위반한 북한이 왜 평화선언을 준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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