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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의 라면 이야기]

내가 홍남기라면

  • 보도 : 2021.09.09 11:50
  • 수정 : 2021.09.09 11:50

조세일보
 
김동연이 그만두고 내가 부총리로 지명받으면서 그야말로 똥 밟았다는 기분이 확 들었다. 그가 왜 그만두었는지 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정권과 기획재정부는 세상을 보는 기본부터가 틀렸다.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설마 이런 정책은 하지 않겠지?’하고 생각하면 영락없이 그런 정책을 시행하곤 했다.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거절할 만큼 내가 모질지도 못했다. 어쨌든 잘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야~ 그런데 정말 아니다. 이러다가 훗날 내가 무슨 말을 들을지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아무리 사회주의 이념을 가진 정파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경제를 모를 줄 몰랐다. 자칫하면 한국이 베네수엘라 같아질 것만 같다.

다행이라면 우리는 온 국민에게 마구 퍼줄 석유가 없었고, 배고프게 살아와서 돈을 마구 쓰면 안 된다는 개념이 있어 그나마 조절할 수 있었다. 만일 우리도 석유가 있었다면 영락없이 그 꼴 났을 거다.

뭐니 뭐니 해도 부총리는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자리이니 들어올 돈, 나갈 돈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먼 훗날 생각도 하면서 큰돈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빛은 후손에게 넘겨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돈을 우물물도 아니고 바닷물 쓰듯이 쓴다. 입에서 100조원은 거침없이 나온다. 그래서 숫자를 좀 줄이자고 하면 시험을 보고 들어와 머슴이라는 놈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자에게 저항한다느니, 한국은 기획재정부 세상이니 뭐니 하면서 별의별 상소리를 나에게 해댄다. 늙고 교활한 사회주의 786 들이야 그렇다 치고, 그들에게 선동당한 불쌍한 강남 밖 좌파들이 하는 말을 보면 기도 안 찬다.

그럼 그만두면 되지 않냐고?

그러고 싶다. 실제로 사표를 낸 적도 있다. 그랬더니 문통에 대한 저항이니 기재부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느니 하며 또 지랄 난리를 쳤다. 그러면 사표를 받아주던가. 사표는 또 그럴싸한 이유를 들어 받아주지도 않아요.

왜냐? 지금 정권에서 부총리 할 만한 사람이 있나 꼽아보라고 해. 정말 없다. 뭐 최근에 국회의원 배지 단 홍성국 정도 빼면 재정·금융의 언저리에 발이라도 들여놨던 사람은 없다. 지들도 날 자르고 싶어 죽겠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그만두면 되지 않냐고?

그래도 수십 년 나랏밥 먹은 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 개인적으로야 확 던져버리고 출근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 뒤를 상상하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분명 아무나 앉혀놓고 어리버리 돈 쓰다 나라 경제 망가뜨려 놓을 텐데, 아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

어차피 양쪽에서 욕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혜택받은 공무원인데 뛰쳐나갈 수는 없다. 김동연은 그래도 정권 초기라 나가도 방도를 찾을 시간이라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간도 없고, 사람도 다 사라졌다.

그저 다음 정권에서는 이 정권에서 망가뜨린 나라 재정을 제대로 회복시켜놓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쉽지는 않겠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빛 늘리는 일을 최대한 줄이면서, 미래 재정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살살 달래가면서 확 저지르지 못 하게 해야 한다.

오죽하면 내년 예산 짜면서 다음 정권은 아껴 쓰고 재정정책을 제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했겠나.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고, 나의 진심이다.
나처럼 불행한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가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아~ 나도 김동연처럼 필맥스 신발 신고 확 도망가버리고 싶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rimt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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