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녀장려금 지급 잣대서 '금융재산' 빠질까

금융재산 검증 2달…지급지연에 민원 불만
국세청 연구용역서 "금융재산 제외" 제시
제도 본뜬 美선 지급요건 중 '재산' 없어
중장기론 "분기 단위로 장려금 지급해야"

한국재정학회는 국세청 의뢰로 최근 내놓은 '근로·자녀장려금 수급 편의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지난 4월)에서 재산 기준 관련한 4가지의 개편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병인 충북대 교수·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실장은 "금융재산 정보 사후 수집으로 장려금 신청 후 지급 시점이 지연되면서, 신청 후 지급 제외 등 다양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국세청이 각 금융사로부터 자료를 받는데는 약 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산기준서 금융 빼자'…4가지 개편 내용은 

보고서는 ①현행 재산기준에서 금융을 제외하는 대신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 등) 중심의 '컷오프' 기준을 별도로 설정하고, 금융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가액으로 수급자격을 따지는 안을 제안했다. 이때 재산가액 기준은 현행(2억원 미만)으로 뒀다. ②이러한 개선 방향과 흐름을 같이 하되 재산가액 기준을 올리는 게 두 번째 안이다.

③재산기준 전체를 뜯어고치는 안도 제시했다. 재산가액(부동산, 금융 등) 기준을 대신해서 임대·이자·배당소득 등 재산소득(컷오프 설정) 중심으로 수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④재산기준 자체를 아예 없애자고도 했다. 부부합산 총소득이나 근로·사업소득만으로 수급자격을 따지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제도(근로장려금)의 모델을 운영 중인 미국에서도 수급자격으로 재산을 보지 않는다.

현재까지 공개된 보고서엔 제도개편으로 수급 가구 규모가 어떻게 바뀌는지 언급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별 수급자의 변화는 분석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 보고서에 대해 "근로장려세제 운영체계 개편에 있어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 연구용역의 결과를 떠나 기획재정부에 '금융재산을 제외하는 대신 금융소득이 중심'인 수급요건을 고치는 내용의 세법개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려금 지급 잣대서 금융재산을 떼어냈을 땐, 납세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고도 국세청이 직권으로 지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금융정보 조회·적용의 문제를 개선한 재산기준 개편 시, 근로활동 참여에 의한 소득(전년도 귀속분) 중심 데이터 기반으로 신청 없이 수급대상을 대부분 확인·결정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지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기 지급 실효성 높이고…앞으론 분기마다 줘야"

근로장려금 지급시기를 앞당겨주는 반기 지급제도(2019년 도입)엔 장단점이 있다. 전년 귀속소득에 대해 신청·심사 후 연간 1회 지급하던 것을, 근로소득 발생과 장려금 지급시점 간 시차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제도로 소득발생일로부터 지급일까지의 시차는 정기분 대비 평균 164일 단축됐다고 한다.

다만, 반기 지급에 따른 정산·환수 관련 업무 부담과 민원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보고서는 "최초 신청지급과 정산 시점의 기준연도 차이·연간 소득 기준 급여체계 적용의 어려움으로 인한 구조적 환수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수급자의 민원과 해당 업무 수행 담당자들의 한수 부담과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기 지급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언급했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엔 반기 장려금 정산 시기를 단축하는 내용(하반기분 지급시 정산도 함께)이 담겨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업무 프로세스·조직 개편이 필수적이란 목소리다. 현재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일부 취약계층의 소득파악 주기가 월별로 단축된 상황이며, 세법개정에 따라 직군별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월 단위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 구축에 따른 분기 단위로 근로·자녀장려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징세 행정과 사회안전망 급여 행정 분리 운영을 위한 소득지원국을 확대 개편하고, 일선 세무서 급여 행정조직(소득지원과) 신설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