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감세' 제목 뽑은 언론에 화난 기재부 "편향된 시각" (종합)

정부 세법개정안, 5년간 1조5000억원 세수 감소 중 대기업 감소분 절반 이상

일부 언론, "정권 막바지 '대기업 감세' 정책으로 돌아섰다" 비난

기재부 해명자료 통해 "대기업 감세 염두에 두고 만든 것 아냐"

홍남기 경제부총리 "대기업 감세 비판은 중소기업 혜택마저 뺏을 수도"

지난 26일 발표된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대기업 감세'라는 분석을 내놓자 홍남기 부총리가 "편향되고 이분법적인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MBC는 개정안 발표 직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세…1조5천억 깎았는데 대기업이 절반 이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전체 세수 감소 규모는 1조5050억원인데, 이 가운데 대기업의 세 부담 감소가 8669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는 것. MBC는 세수 감소는 2018년 이후 3년만이고,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 감소가 중소기업이나 서민, 중산층보다 많은건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결국 '부자감세'…문 정부 마지막 해 세법 개정안 논란>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3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대기업은 8830억원의 감세 효과를 누릴 전망이라면서 올해 세법개정으로 향후 5년간 1조505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게 돌아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의 보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다. 한겨례는 <문재인 정부임기 마지막 세법 개정은 '대기업 감세>라는 기사를 통해 앞으로 5년간 1조5050억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단위별로는 대기업 8669억원, 서민·중산층 3295억원, 중소기업 3086억원의 감세 혜택을 받는다고 전했다. 한겨례는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몫을 합친 것보다 2000억원 이상 많다면서 임기 마지막 해에 정부가 대기업 감세로 돌아선 데는 '선도형 경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크게 늘려서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文, 3년만에 감세카드…대선 의식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일보는 전체 세부담 감소분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7.6%(8669억원)에 달한다면서 중소기업 세부담 감소는 3086억원, 서민·중산층 세부담 감소는 3295억원으로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대선을 의식해 3년 만에 감세 기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 정부 "경제 상황에 필요한 정책 만들다보니…"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쏟아지자, 기획재정부는 27일 오전 '정부가 세법개정안의 정책기조를 대기업 감세로 변경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제목의 반박 자료를 냈다.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염두에 두고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위기 극복·포스트 코로나 대비 등 현 경제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일관되게 세제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안 세수감소 효과(-1.5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약 -1.2조원)은 중소기업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면서 국가전략기술은 전후방 산업파급효과가 크고,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어 산업 생태계 내 중소기업도 골고루 혜택이 가능하므로 대기업 감세의 시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또한 경제·안보적 가치가 높아진 주요 전략품목에 대해 글로벌 기술경쟁 격화 및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서민·중산층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과제가 개정안에 대폭 포함된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장려금 인상, 기부금 세액공제율 상향적용, 착한 임대인 세제지원 확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지원 등 개정안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직접 나서 '대기업 감세' 논란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2년 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수립했던 것처럼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향후 2∼3년은 우리 경제의 전략기술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유지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을 '대기업 지원, 부자 감세'라는 편향되고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제개편안으로 혜택을 보게 될 중소·중견기업 수는 200개 이상일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들 기업은 미래 우리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할 주요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면서 "'대기업 감세' 비판은 이런 기업들에 돌아갈 혜택마저 빼앗아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으로 인해 대기업에 대한 감세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중견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