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TV토론회, 대선 후보들 이재명 지사에 파상공세

사실상 '이재명계' 대 '반이재명계' 연대라는 분석 나와

박용진·정세균 "기본소득, 1번 공약 아니라니...말바꾸기에 국민 혼란"

이낙연 "영남 역차별, 역대 민주당 정부의 노력에 대한 전면 부정"

이재명 "공약한 일 없어", 추미애 "기본소득, 양극화 해소 위한 좋은 발제"

11일 컷오프 전 '이재명계' 대 '반이재명계' 합종연횡 진행될 듯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3일 첫 TV토론회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대(對) 비(非)이재명 지사계의 공방 형식이 된 모양새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1번 공약이 아니라고 밝힌 '기본소득'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KBS 주관으로 열린 이날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들의 첫 TV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이 제1공약이 아니다’는 발언을 지목,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이 제1공약이 아니라고 해서 귀를 의심했다"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0조원을 증세 없이 나눠줄 수 있다며 야당 정치인들과 그렇게 논쟁을 하셨던 분께서 제 1공약이 아니라고 하면 국민들은 뭐가 되나"라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말 바꾸고 정책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表裏不同) 정치라고 지적을 받을 것"이라며 "정책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불안한 정치인이라고 비판받는다.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말 바뀐다는 것은 박 후보의 일방적 생각"이라며 "공약한 일 없다. 의제에 대해 순서에 따라 순차적 단계적 하겠단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이 후보의 공약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무협지' 수준"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 지사는 "말 꼬리 잡기"라고 응수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도 이 지사 공격에 가세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대표공약이 기본소득인데 금액이 너무 적어서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그러니까 처음에는 100만원을 얘기했다가 50만원으로 줄였다가 최근에는 재원대책이 없기 때문에 '1번 공약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얘기한 안심소득보다 기본소득이 좀 못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래서 수시로 말씀이 바뀌는 것 같아서 국민이 혼란해 하실 것 같다"면서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이렇게 국민들께 신뢰를 줄 수 없는, 그리고 확실치 않은 공약으로 갈 때 과연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 이 공약을 폐기할 용의는 없느냐"고 공격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일에도 자신의 SNS에 이 지사를 향해 "'기본소득은 제1공약이 아니다' 내세울 때는 언제고 벌써 치고 빠지는 겁니까?"라며 "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기본적 안정감이 필요합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영호남 차별 발언'을 거론한 뒤 "그러한 접근은 역대 민주당 정부가 노력해온 것에 대한 전면부정한 것"이라며 "본인은 '영호남 역차별이 아니라 수도권과 영남 역차별을 말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는데 당시의 발언을 보면 '과거 독재정권이 영남과 호남을 분할해서 차별했을 때는 영남이 혜택을 얻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영남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꺼낸 좋은 발제"라며 "이 후보가 말바꾸기를 했다고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이 지사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전 장관은 이어 "이것을 절박한 민생에 손을 내미는 것으로 본다면 어떻게 숙성시키느냐의 문제"라며 "내수경제의 선순환과 지방경제를 살리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좋은 정책을 자꾸 숙성시키고 발전시켜서 현실화하는 게 필요한 것"이라면서 "그 표현을 너무 거짓말쟁이다, 말 바꿨다고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박 의원과 정 전 총리를 역공하기도 했다.

추 후보는 또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해선 보편지급을 주장하는 이 후보의 주장을 거들기도 했다.

그는 정세균·이낙연 등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쪽에 대해 "'재난위로금'이라고만 보지 마시라"며 "재정당국은 지금 민간 소비가 굉장히 위축돼 있고 가계부채도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민간의 '민생저수지'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기왕에 쓰는 돈이라면 가계소비를 촉진하고 비대면소비도 가능하니까 정세균 전 총리께서 다시 한 번 재고해 달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박 의원의 법인세 완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정 전 총리는 "박 후보가 그동안 재벌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는데 법인세 완화를 주장한 행보는 재벌 편들기 같은 느낌"이라며 "당론인 종부세와 삼성그룹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앞서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함께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깊은 책임을 느끼고 가슴이 아프지만 (부동산)이 문제는 무주택자에게 희망을 드려야 하고, 1주택 실소유자에게 안심을 줘야 한다. 다주택자는 책임을 받아야 한다"며 "그 점에서 정부 시책을 충분히 못했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총리는 "제가 총리직 맡고 주택 정책 확인을 하니 너무 수요 억제에만 매달렸다"며 "이 때문에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 지금은 280만호 4년간 공급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광재 의원의 경우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한 정 전 총리를 '지원사격'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반이재명 연대로 분류되는 이-정 라인은 오는 5일까지 후보단일화에 나서기로 합의, 다음달 11일 컷오프가 되기 전에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지난달 28일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해 민주정부 4기를 열어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으로 도덕적 품격, 경제적 식견, 국정 능력을 갖춘 좋은 후보를 만드는 일에 뜻을 모았다"며 이 지사를 우회적으로 견제하기도 했다.

이 지사에 뒤지는 후보들이 두 사람 또는 세 사람 이상 ‘반이재명 합종연횡’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1차 TV토론회는 후보들 간 소위 '간보기'를 하는 모습도 비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명확한 '연대 전선'을 구축하진 않았지만 이날 토론 이후 후보들 간 모종의 회합이 진행되면서 '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로 나눠져 이달 11일 컷오프 이전 '합종연횡'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