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재용 사면 의견 청취 후 "고충 이해한다" 

사면 관련,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발언과 큰 차이는 없어

文 "코로나 위기 극복에 4대 그룹 역할 커...탄소중립 목표도 함께 가야"

신산업 분야 인재양성 위해 '민관 협력' 강조 "대학 통해선 시간 걸려"

김기남 "정상회담 뿌듯", 최태원 "美 현지반응,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해"

구광모 "방미 성과로 안정적 사업 여건 마련", 정의선 "함께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4대 그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의견을 들은 뒤, "(이 부회장의)고충을 이해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필요성이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라면서도 "결코 대통령이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겠다"라고 한 발언과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청와대 경내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1시간 30분간 오찬 겸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엔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무 LG 회장 그리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데 있어서 4대그룹의 역할이 컸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했고,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배터리·전기차·바이오 등 첨단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 감사함을 나타냈다.

이어 "탄소중립목표 역시 4대그룹과 함께 가야하고, 특히 ESG 경영에 앞장서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또한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빠르게 인력양성을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대미투자를 하게 되면 우리의 중소·중견기업 등 협력업체가 동반진출을 하거나 수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수소차·전기차 연구와 생산을 주도해왔으며, 배터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며 "해운과 조선에 투자한 것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앞서가는 경쟁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며 "정부도 역할을 했지만 기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기업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미정상회담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번 방미로 삼성의 대미협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 우리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제2의 평택 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의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서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LG 대표를 맡은 지 3년째인데, 일본의 대한수출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줘서 감사하다"면서 "방미 성과로 미국에서 안정적인 사업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이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다면서 홍보대사 역할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 웃음을 유발하는 등 오찬간담회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