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에 전화..'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벌 조치' 지시
김 총리 "성폭력, 개인문제 아닌 군 조직문화와 관련된 문제...용납안돼"
靑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올라와...하루만에 26만명 동의 얻어 일파만파
◆…김부겸 국무총리는 1일 서욱 국방장관에 전화를 걸어 최근 공군 여부사관이 부대 내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벌조치를 지시했다. 앞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과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김 총리［사진=연합뉴스］
김 총리는 1일 서욱 국방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와 관련된 문제"라며 "특히 전우애와 군 기강 확립이 중요한 군 조직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전말과 함께 사건 은폐‧회유‧합의 시도 등 (공군에서)조직적인 2차 가해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과 "관련자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법적조치를 할 것"을 서 장관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그간 군 조직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철저하게 재점검하라"며 "이에 따른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여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피해 여부사관 A 중사의 부모가 올린 국민청원이 게재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1일 밤 현재 20만명의 동의를 받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고인인 된 A 중사의 부모는 이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며 청원을 게시했고, 이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선 26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공군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내 은폐, 회유, 압박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이어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이어진 성폭력 사건을 조직 내 무마, 은폐 ,압박 합의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로 인한 우리 딸(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라며 "제 딸은 왜 자신의 죽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남기고 떠났을까요?"라고 호소했다.
이어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메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님, 국민 여러분,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은 채 발생되고 있고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도 처참하고 참담합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은 저희 가족과,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뤄 편히 안식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하니 도와주세요"라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당부했다.
앞서 MBC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부사관인 A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해당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 후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날 내부 회의에서 사건 보고를 받은 후 "사안이 엄중한 만큼 특별수사단이라도 꾸려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해 군 당국이 대대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MBC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공군 소속 여부사관 A씨는 지난 3월 부대 회식 후 복귀하는 차 안에서 상관인 B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회식 참석도 B 중사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성추행 신고 매뉴얼에 따라 신고했지만 상사들은 '없던 일로 해달라'는 합의 종용은 물론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도 즉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중사는 '불안장애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2개월여간 청원휴가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18일 복귀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회유와 은폐 시도가 계속돼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 중사는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지만, 해당부대에서도 '관심병사' 등으로 칭해지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A 중사 유족은 주장했다.
A 중사는 부대를 옮긴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휴대전화에 그간의 피해 상황에 대해 직접 영상으로 촬영해 남긴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 중사는 휴대전화에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메모도 남겼다고 유족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