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수익 중 일부 고정금리 지급시 금리위험 전가 어려워
"지급여력비율을 짧은 시기에 높이려는 보험사에 유리" 시각도
◆…사진=조세일보 DB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공동재보험 계약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놓였다.
ABL생명이 최근 RGA재보험과 업계 처음으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나 다른 보험사들은 공동재보험 가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IFRS17 등 도입 연기로 인해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재보험료 등 비용부담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공동재보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동재보험 제도 변경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개정보험업 시행을 반겼던 분위기와는 차이를 보인다.
공동재보험은 원수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등 영업보험료 전체를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지급보험금뿐만 아니라 해약환급금, 만기보험금, 책임준비금 적립 등의 책임을 재보험사와 공동으로 부담하는 제도다. 공동재보험은 다른 자본관리방안에 비해 신속하게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IFRS17, K-ICS가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공동재보험은 요구자본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일 수 있다.
이전에는 위험보험료를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위험만 이전하는 공동재보험이 가능했으나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은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의 일환으로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도 재보험사에 출재할 수 있도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 시행한 바 있다.
새로운 공동재보험 도입으로 보험위험 외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원수보험사가 책임을 재보험사와 나눠지면서 부채부담을 줄일 방법이 추가돼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험업계는 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 계약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IFRS17 등 시행까지 2년이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효과가 불분명한 공동재보험보다 기존에 입증된 다른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IFRS17, K-ICS은 2022년 적용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년 시행이 연기되면서 2023년부터 도입된다. 1년의 시간이 추가되면서 보험사들은 부채조정, 자본확충을 통하거나 자산 매각 등을 비교해 자사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험업계는 재보험료 등 비용이 발생하고 자산운용수익 중 일부를 고정금리로 재보험사에 지급할 경우 금리위험 전가가 어렵다는 점도 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 가입을 고민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의 지속적 하락으로 인해 공동재보험 제도의 실효성이 낮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의 공동재보험 계약은 파일럿 성격인 것으로 알고 있다. 50%씩 공동책임이라는 것 외에는 정보가 없는 상태”라며 “공동재보험의 첫 사례를 남겼지만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또한 향후 금리 리스크가 어떻게 변동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공동재보험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직접 관리방법과 비교해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해 지급여력비율을 짧은 시기에 높여야 하는 보험사에겐 여전히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연구원 노건엽 연구위원은 “공동재보험은 직접적인 자본관리에서 부채조정방식으로 자본관리수단이 확대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고금리 상품에 대한 리스크 전가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보험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유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