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외국세력 홍콩 선거제 허점 이용해 개입…중국이 허점 메워줄 것"
한정 부총리 "홍콩보안법처럼 사회 혼란 저지할 것"
선거제 개편 시 출마자격 심사 고위급 위원회 생겨나…"홍콩서 선거의미 없어질 수도"
◆…양회 기자회견 하는 왕이 외교부장 <사진 연합뉴스>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폐막일인 11일에 맞춰 홍콩 선거제 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 EU 등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날 7일(현지시간)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홍콩 선거제도 개혁 계획을 공개하며 “미국과 홍콩·대만 문제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인대의 폐막일인 11일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제도 완비에 관한 결정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하고 전인대 상임위원회가 홍콩 기본법을 개정한 다음, 홍콩이 관련법을 수정하고 홍콩 의회에 제출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전인대에서 홍콩의 선거제도 개혁 계획을 공개하며 홍콩 통치 체제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외국세력이 홍콩 선거제의 허점을 이용해 개입해왔다”며 “중국 정부가 그러한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정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도 전인대 홍콩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지난해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혼란이 통제되고 있다”며 “다음은 선거제”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홍콩보안법으로 야당 인사들이 대거 체포·구금된 상황이다.
홍콩 신문 명보에 따르면 이번 선거제 개편으로 선거인단에서 구의회 의원 좌석 117석이 없어지는 대신 400여 석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단 등 친중 세력이 늘어날 예정이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대표 로킨헤이 주석은 신문에 “선거제 개편으로 민의를 대변할 대표들의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를 고의로 제거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한정 부총리의 말에 주석은 “선거제 개편이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말은 중국의 계획과 아주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선거제 개편안에는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 위원회 설치도 포함돼 있어 민주진영 인사들이 입후보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요하네스 찬 홍콩대 법대 교수는 “입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강화해서 정부가 선호하는 사람들만 출마한다면 선거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과 EU 측은 성명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홍콩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으며 EU의 대외관계청 대변인도 “민주주의적 원칙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양국 간의 관계는 내정 불간섭과 주권 존중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며 이번 문제에 선을 긋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인대에서 중국과 미국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핵심 관심사를 설명하면서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 경제회복,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기꺼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홍콩과 대만에 대해서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항상 인권과 민주주의를 핑계로 다른 나랏일에 간섭한다”며 “그것이 세계 혼란의 근원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