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3일 오후 대구고검·지검 방문서 중수청 언급
尹 "검수완박,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
언론 인터뷰 이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공개적 비판
靑 "국회 존중하며 정해진 절차 따라 차분히 의견 개진해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은 '부패 완판'"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하며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에서 열린 간담회 참석에 앞서 "검수완박은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중수청 설치를 맹비난했다. 이번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정직 징계 처분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업무에 복귀한 뒤 갖는 첫 공개 일정이다.
이어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의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부정부패 대응은) 적법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법치국가적 방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중수청이 설치될 경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중수청 반대를 위해 총장직도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자중하라"고 지적한 정세균 국무청리의 발언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만남'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날 대구 방문에 대해 "제가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고, 이곳에서 특수부장을 했다"며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다.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총장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다가 좌천성 인사로 대구고검에 발령된 적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윤 총장이 차에서 내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총장은 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법치 말살"이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윤 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는데 이는 검찰권 약화가 아니라 검찰 폐지"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 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공수처 설치에도 찬성했지만,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며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날 윤 총장에 대해 "국회를 존중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윤 총장이 연일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어제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씀드렸다"며 "지금까지 이 입장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