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강요 않는 것, 추상적 개념 아닌 구체적인 방법론"
"피해자 고통 공감없이 자기 입맛대로 소비하는 행태 큰 염증 느껴"
"피해자다움 갇힘 없이 일상 복귀...다음 사람 편안한 목소리 내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성추행한 김종철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한 보수단체를 향해 "저의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 사건으로 옭아 넣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중대재해법 입법을 촉구하는 정의당 의원들. 오른쪽 세번째가 장 의원 (사진=연합뉴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6일 자신을 성추행한 김종철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한 보수단체를 향해 "피해당사자인 제가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와의 그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고 항의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당사자로서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회복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저의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 사건으로 옭아 넣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성폭력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것, 피해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가고, 마무리짓는 방식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부당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제가 왜 원치도 않은 제3자의 고발을 통해 다시금 피해를 지난하게 상기하고 설명하며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하냐"고 반문한 뒤, "해당 시민단체의 행동을 저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경솔한 처사"라고 꾸짖었다.
이어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개정된 취지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권리를 확장하자는 것이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형사고소는 피해자가 권리를 찾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사법처리를 마치 피해자의 의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또다른 피해자다움의 강요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입으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 실상은 피해자의 고통에는 조금도 공감하지 않은 채 성폭력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소비하는 모든 행태에 큰 염증을 느낀다"며 "성폭력과의 싸움은 가해자와의 싸움이자, 가해자 중심주의와의 싸움이자, 발생한 성폭력을 공동체적 성찰의 계기로 삼는 대신 원색적인 뉴스거리로 소비하는 지긋지긋한 관행과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 어떤 피해자다움에도 갇히지 않은 채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이 다음에 목소리를 낼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너무 많이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것보다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글을 적은 사유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