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19년 리얼돌 통관보류 조치 위법하다고 판단
관세청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면 아직 우리사회가 용인하지 않아"
조세심판원 "여전히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 제기되고 있어"
◆…관세청 대전정부청사.
지난 2019년 '리얼돌'(사람을 형상화한 자위용품)의 통관보류 조치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여성을 형상화한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한 통관은 관세청과 조세심판원에서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게시판에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말 A씨는 리얼돌 1점을 수입하려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를 수입금지품으로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통관을 보류했고 A씨는 이에 불복, 지난해 3월 조세심판원을 찾았다.
A씨는 "해당 물품은 얼굴, 팔, 다리가 없는 실리콘 모형으로, 전신 리얼돌이 아니고 성능력 향상을 위해서 연습할 때 사용하는 보조도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전신 리얼돌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쟁점물품의 통관을 불허하는 것은 관세행정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대법원에서 리얼돌 통관보류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상 관세청은 이에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19년 6월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을 불허한 처분청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
A씨는 그러면서 "리얼돌의 수입불허는 리얼돌 합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지는 행정이고, 성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발전방향과도 맞지 않으며, 불과 몇 년 후면 희화적인 사건으로 치부될 행정력 낭비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얼돌의 수입을 반대하는 여성단체들의 집단행위는 과도한 것으로 이를 의식한 수입불허조치는 부당하다"며 "공무원 사회는 여전히 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관세청이 쟁점물품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수준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보아 통관을 보류한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해당 물품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면서 통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관세청은 "쟁점 물품은 단순히 남성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자위기구를 넘어서, 성적 흥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이는 여성의 신체 내지 성(性)을 상품화·도구화함으로써 성을 돈으로 매수한다거나 여성을 성적 착취 대상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는 등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선 "해당 물품의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성기 부위가 실제 인체의 형상과 다르고 실제로 상당히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풍속을 해치는 물품임을 전제로 통관을 보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러나 쟁점물품은 성적 흥미를 유발할 목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실물과 비슷한 형태로 최대한 사람에 가깝게 제작해 성적부위 등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의 대상물품과는 그 형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판결을 이 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바, 판결을 근거로 쟁점물품의 통관을 허용해 달라는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관세청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6만명 이상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청와대 답변 이후에도 수입 허용에 대한 논란과 함께 수입 금지 청원이 뒤따르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인간을 형상화한 성인용품의 수입을 용인할 만큼의 풍속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의견과 사실관계를 살핀 조세심판원의 관세청과 같은 의견을 내며 통관을 불허한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 내렸다.
심판원은 "쟁점물품은 음란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이며 대법원 판결의 물품은 여성 신체에 대한 사실적 묘사의 정도에 차이가 있어 보이므로 판결내용을 쟁점물품에 그대로 원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되었다고 하더라도 리얼돌 수입·판매에 대한 반대 청원 등과 같이 여전히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관세청장이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리얼돌 수입통관 기준 지침에 의하더라도 통관보류처분에는 달리 잘못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참고심판례 : 조심 2020관00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