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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선방안]③

'상속세' 달라지는 국민여론…정치권, 응답할까?

  • 보도 : 2020.12.23 06:17
  • 수정 : 2020.12.23 06:17

조세일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11조원 가량으로 알려지면서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거나, 막대한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의 상속세 부담을 낮춰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국민들이 나서 삼성의 막대한 세 부담을 걱정하고 상황이지만 정작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는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고민은 미뤄두고 있는 형편이다.

◆ 상속세법 개정에 소극적인 국회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로 기본골격은 지난 1999년 개정되어 2000년부터 적용된 이래 계속해서 유지해오고 있으며 공제한도 등이 조금씩 손질되어 왔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상속세율 인하 개정안이 수없이 발의됐다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사장되는 일을 반복했다.

상속세율 인하 논의가 가장 뜨거웠던 때는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3%로 인하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었을 때다. 당시 야당의 반대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무산됐지만 이후에도 관련 개정안은 꾸준히 쏟아져 나왔다.

가장 파격적인 안은 이현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25%로 인하하겠다는 개정안이었지만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개정안도 같이 사장됐다.

지난 5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상증세법 개정안은 15개로 이 중 1개가 상속세율 인하와 관련된 내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 등의 할증평가(20%) 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안들이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데다, 여야 지도부의 관심도 없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삼성의 상속세 논란이 일었던 지난 10월29일 상속세율 완화와 관련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검토할 필요 없다"고 선을 긋는 등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 지난 11월20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상속세 논쟁이 뜨거워지며 국민청원도 등장했는데 세금은 언제나 공평해야 한다. 금액이 천문학적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 삼성의 상속세 논란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양 최고위원은 "상속세가 경제의 역동성을 방해하는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상속세를 이유로 국내에서 해외로 넘어간 락앤락, 유니더스 등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상속세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속세 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물 건너갔지만 여당의 최고위원이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부대의견을 채택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기재위는 2021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는 외국투기자본으로부터 성실히 일하는 기업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등을 포함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합리적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기재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과도하다는 여론과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내년즈음 상속세 제도 전반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이를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한단 계획이다.

◆ 국회 외면하는 동안 쓰러지는 기업들

국회가 상속세 제도 전반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동안 정치권이 상속세 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지지부진 끌면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을 내놨다.

세계적인 콘돔회사였던 '유니더스'는 지난 2015년 창업주인 고 김덕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인 김성훈 대표가 최대주주가 됐지만 상속세 50억원을 부담하기 어려워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손톱깎이 제조 등으로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쓰리세븐' 역시 지난 2008년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유족들이 상속세 150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지분을 매각했고,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은 창업주인 김준일 전 회장이 향후 가족들의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대부분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이었지만 창업주가 사망하고 유족들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떠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에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세계 일류의 기업인 삼성이란 대기업이 상속세 재원 마련에 휘청이면서 가전이나 모바일, 반도체 부문 등에서 다른 기업에 자리를 내어준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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