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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패인] 코로나19 대응실패와 거짓선동, 인종차별 방조

  • 보도 : 2020.11.08 03:16
  • 수정 : 2020.11.08 03:16

올해 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확실시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후 코로나19가 발발하며 사망자만 23만 명을 넘기며 확산세가 심각했던 미국 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속적인 코로나19 경시와 미흡한 대응,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발언이 그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백인경찰의 흑인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 장면과 이로 인한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트럼프의 차별적인 언사도 선거 패배의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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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심을 획득하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가 승기를 잡았던 러스트 벨트의 경합 주를 포함해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던 아리조나에서 조차 패배했다.

◇ 초기대응 실패, 가짜뉴스 선동…코로나19로 드러난 트럼프의 반인류적 민낯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요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 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대응과 지속적인 코로나19 경시 언사와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분노(Rage)』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력에 대해 깎아내렸지만, 정작 본인은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공개적으로 말한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그는 "공기를 들이마시기만 해도 옮긴다(감염된다).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며 "어떤 지독한 독감보다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러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계절 독감보다 독하지 않다. 곧 사라질 것이다. 미국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던 것과는 상반된 고백이라고 트럼프의 거짓발언을 비난했다.

그는 주변 측근들과 함께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후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측근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은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만들었다며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자신을 포함해 가족과 백악관 참모들에게 영향을 끼친 뒤에도 마스크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10월 초 완치 후 선거운동에 복귀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임에도 지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지 않은 채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SSRN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연구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유세 집회에서 3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으며, 전체적으로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트럼프 측은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생산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에 관련된 오도에 앞장서 소셜 미디어에서 게시물을 삭제당하기도 했다.

코넬대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의 영어로 된 3800만 건의 코로나19대유행 기사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체 '가짜뉴스'의 거의 38%를 차지했으며, 이 가짜뉴스는 인포데믹(정확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적의 치료제'라며 말라리아 치료제와 소독제가 코로나19의 치료제로 가능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 비난을 받았다. 공개석상에서 그는 '소독약을 주사로 주입해라'는 등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얘기를 하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독약과 자외선으로 코로나19 치료가 가능'하다는 발언을 한 뒤 비난을 받던 4월 24일, 1만 개도 되지 않던 '기적의 치료제'에 관한 기사가 3만 개로 늘어났다.

존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부학장이자, 전 식품의약안전청 부국장을 지낸 조슈아 샤프스타인 박사는 전염병에 관한 가짜뉴스들이 미국이 일부 다른 국가처럼 코로나19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선거 기간 내내 그는 국립 전염병·알레르기 센터 안소니 파우치 소장과 대립했는데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의 코로나19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꾸준히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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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안소니 파우치 소장 사진 = 연합뉴스>

파우치 박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현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빠르게 바꾸지 않으면 미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중 보건 관점에서 지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2차 대유행이 시작되며 올 한해 확진자 980만 명과 사망자 23만 명을 발생시킨 코로나19와 코로나로 인한 실직자 대량 발생 등 경제침체에 고통받고 있는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정책과 언사에 실망한 나머지 대거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바이든 후보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유세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점이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년층이 바이든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 흑인 시위를 군대로 진압…힐러리에게 투표 안한 흑인 유권자들 바이든 지지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이후 미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시위도 트럼프의 패인 중 하나다. 임기 내내 논란을 일으킨 그의 인종차별주의적 언행과 군대를 도입해 반인종차별 시위인 BLM(Black Lives Matter)을 진압한 것, 그의 지지자가 쏜 총알에 시위대가 사망한 것 등이 맞물려 흑인들의 폭발적인 저항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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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위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에 대해 비판이 아닌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대를 폭력배로 지칭하고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면서 무력 대응을 경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시위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 바이든 후보가 유색인종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지명하고 선거유세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반면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흑인들의 반감을 사는 행보를 보여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흑인들까지 이번 대선에 대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바이든 후보의 접근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를 비판하며 주지사들에게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바이든 후보는 시위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흑인 지도자들과 만나는 등 시위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는 것이다.

◇ GDP, 일자리 성장률 등 오바마 정부에 비해 높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지금이) 최고 수준의 경제 상황"이라며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누차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 UN 총회 연설에서도 자신의 "성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이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임금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재임 동안 경제적 성과가 좋았던 것은 맞지만 그 전 오바마 정부와 비교해서 뛰어나게 나아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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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BC 기사 캡쳐>

연간 이전 분기와 대비한 GDP 변동률을 보면 2019년 1분기에는 3.1% 성장했고, 2분기에는 2.1%로 성장이 조금 둔화됐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 2014년 2분기(5.5%)에 비해 매우 줄어든 수치다.

메간 블랙 런던정경대 역사학과 조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따져보면, 전후의 국가 경제 호황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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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정부(푸른색) 트럼프정부(붉은색) 일자리 성장률 비교 출처 = CNN 기사 캡쳐>

또한,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도 평균 일자리 증가율은 오바마 정부 22만7천개에 비해 트럼프 정부(19만1천개)가 더 낮다. 이에 경제 메시지를 앞세운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지난 4년 체감한 경제 호황은 그리 크지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코로나19, 경제 위기, 정치적 혼란에 시민 분노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지금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신중한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 우리에게는 정반대의 리더십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 트럼프 재임 기간 60개 이상 환경 규제 역행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동안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해 환경오염에 관한 규제를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협약인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자동차 연료 기준, 메탄가스 반출 등 160개 이상의 환경 규제 역행이 이루어졌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는 미국이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미국이 브라질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다른 나라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서 철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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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의사를 밝힌 트윗 출처 = 바이든 트위터>

반면 바이든은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 협약을 정확히 77일 후인 1월 20일 취임식에서 다시 가입할 것이라고 트윗에 게시했다.

코로나19를 포함해서 인권·환경문제와 관련해 반중 정서가 큰 미국인들에게 기후문제 또한 투표를 결정하는 작지 않은 이슈였을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의 패배'…2016년이 '샤이 트럼프' 였다면 이번 2020년은 '反트럼프'

CNN은 6일(현지시간) 승부의 추가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쪽으로 기울자 백악관과 선거본부의 일부 고위관리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용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상·하원 결과를 보면 '공화당의 패배'가 아니라 '트럼프의 패배'다. 2016년 '샤이 트럼프' 존재가 확인되었다면 이번 2020년에는 '反트럼프' 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을뿐더러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등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패인이 남긴 미국 사회의 양분화는 당분간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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