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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나라 살림'…기업들 뛰게 해야 '숨통' 틘다

  • 보도 : 2020.10.22 07:00
  • 수정 : 2020.10.22 07:00

예견된 세수 불황, 코로나 겹치며 역대급 '결손' 우려
수입 적은데 쓸 곳 많아 '적자성 채무' 급속히 늘어
강제성·의무 없다보니 '도돌이표' 재원마련책 지적도
법인세 인하·규제 혁파로 '기업가 정신' 살려야 할 때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세수가 2조원 가량 덜 걷힌다."

투자·소비 등 거시경제변수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치를 추출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15년부터 3년 내리 '대박'을 쳤던 세수(稅收)는 지난해 '결손(계획보다 1조3000억원 감소)'이 났는데, 올해 세입 여건은 이보다 더 암울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확장재정, 투자·내수활성화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2%대 중반이란 경제성장이 예측됐지만,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악재가 터지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1961년 이후 59년 만의 한 해 4차례 추경이란 공격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기업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고 소비 회복세도 아직 공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태다.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다보니 세수가 줄어들 것은 누구나 다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결손이 발생할 것이냐의 문제다. 전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회복의 불씨가 쉽사리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역대급' 세수결손이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세수가 부족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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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해부터 '세수불황'은 예고됐었다. 작년 8월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짜며 국세수입을 전년(294조8000억원)보다 3조원(2조8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예상보다 경기가 부진해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판단하고 국세 수입 목표치를 더 줄였다. 1, 3차 추경때 이루어진 세입경정 규모는 12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 해 10조원을 넘긴 세입경정은 2009년(11조2000억원), 2013년(12조원) 두 차례뿐이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세수실적은 총 279조7000억원(3차 추경 기준). 8월 현재 국세수입(내국세+관세)은 19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조원이 줄어든 규모다. 세수진도율도 68.8%에 그쳐 1년 전보다 2.6%포인트 뒤쳐졌다. 세수결손이 발생한 지난해보다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세금 납부를 늦춰주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많아(또는 근로·자녀장려금 조기지급) 이를 감안한 세수는 지난해보다 9조5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바꿔 말하면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납세자의 납부능력 상실로 '체납'이 될지도 모르는 금액이다.

역대급 세입경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올해 말 '세수 펑크'에 대한 우려는 높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9%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1.3%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0.9%), 피치(-1.1%) 등 신용평가사들도 역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만 0.1% 플러스(+) 성장할 거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를 기반으로 짠 세입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수가 추산치보다 부족해지는 것은 정부의 나라살림 운용을 옥죄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주요 세목(稅目)에서 불길한 징후도 포착된다. 정부는 3차 추경을 편성할 당시에 법인세수가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1차 추경 땐 64조3000억원이 걷힐 전망이었는데, 현재 정부 예측(58조5000억원)으로는 5조8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올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24% 감소하면서, 세수 결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수입을 정부 예측치(279조7000억원)보다 3조원 적은 276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액 3조원은 백분율로는 예측치의 1.07%지만 금액으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세수부진 여파, 내년에도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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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불황 기조는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세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 수입은 282조8000억원으로, 올해 3차 추경(279조7000억원)에 비해 1.1%(3조1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친다. 본예산(292조)에 비해선 9조2000억원이 줄어든 규모여서 세수 부진을 벗어났다고 보긴 힘든 모양새다.

특히 마이너스 행보를 보이고 있는 법인세수 부진도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경기부진 등으로 세입 부족분을 메꾸는 세입경정이 이루어져 58조4000억원 수준(본예산 64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내년 법인세수는 이보다 8.8%(5조2000억원) 급감한 53조3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법인 영업이익 감소 등에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거나 회복이 더뎌진다면, 세수입 예측에 근거가 되는 경상GDP 성장률(명목 성장률)도 당초 목표치(4.8%) 달성이 쉽지 않아 막대한 세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기관은 실질 성장률을 올해 내년 2.8~3.5%로 예상하고 있다.

나라 빚 급증…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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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현재까지 통합재정수지는 70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22조3000억원)에 비해 올해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불어났다. 네 차례 추경에 따른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84조원 적자를 낼 전망인데, GDP 대비 –4.4%다. 올해 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43.5%다.

코로나19 극복에 쓸 재정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실탄' 확보는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총지출(554조7000억원)은 전년에 비해 18.1% 증가한데 반해, 총수입(470조7000억원)은 1.1%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나라 살림에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쓸 곳은 많다보니 '적자성 채무'도 급속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적자성 채무는 2020년 506조9000억원에서 2024년 899조5000억원으로 4년 만에 7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성 채무는 현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질 나쁜' 채무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김우현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9월호에서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 소득 분배 개선 등 복지 사회 실현을 위한 재정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세금은 그만큼 들어오지 않아 적자성 채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신용등급은 다양한 용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국가채무 수준 또한 신용등급 평가 주체의 의사 결정에 참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복되는 재원마련책만으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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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하려면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법인세율이 높아서 기업 유턴이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 인건비와 인력확보 문제, 규제로 리쇼어링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사진 연합뉴스)

강한 '재정 다이어트'가 수반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재정운용 폭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를 의식하듯, 유사·중복·저성과·집행부진 사업 등을 중심으로 재량지출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한국판 뉴딜 등 핵심 사업에 재투자해서 재정투자의 효과성을 높이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터라, 특별한 재원마련책이라고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비용이 수반되는 정책을 만들 땐 반드시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페이고' 원칙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세입기반 확충'으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건들기 어렵고 막상 제도정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재정악화 흐름을 바꿀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시각이 짙다. 일종의 권고 사항인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내년 국세감면액은 올해(53조8000억원 전망)보다 2조9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감면율은 15.9%로 법정한도(14.5%)를 어기게 되기 때문에서다. 현재 국회엔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계류 되어 있다.

'노력 세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무조사 칼날'을 제대로 휘둘렀으면 역효과만 커진다. 이미 국세청은 코로나 위기극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올해 세무조사 건수(1만4000여건)를 작년보다 2000여건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세청은 국세행정의 무게중심을 '성실신고' 유도에 두고 있다. 

결국 기업 뛰게 해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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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이 건전해진다는 '선순환론' 측면에서, 기업 기(氣)가 살아나야 세수 확충이 이루어진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4.6(기준선 100)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주력 기간산업(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반도체, 전자·통신장비 등)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면서, 국내 경제가 재차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내세워지는 게 법인세율 인하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전통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해온 유럽 국가들까지 법인세 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5%보다 높은 상태다. 기업 감세(減稅)를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고 외국자본을 유지하기 위한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에 직접적인 연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막대한 세수 감소만 가져올 수도 있다. 투자나 소비증대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 정책을 섣불리 펴기란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세수 우려로 감세 정책이 어렵다면 '규제 족쇄'를 과감하게 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부에서도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 국내 회귀)'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고, 해외 진출 기업들도 각종 규제들이 리쇼어링의 족쇄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중소기업 76%가 리쇼어링 의향이 없다는 조사를 근거로,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KBIZ중소기업연구소는 리쇼어링 활성화 방안으로 ▲규제완화 ▲인센티브 강화 ▲리쇼어링 특구 조성 ▲스마트화 연계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면서도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과 지역균형발전하고 배치가 돼서 제도 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엔 지난 38년 동안 지속돼 온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수도권정비계획법)이 발의되어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마라' 

세계적 아이돌그룹 BTS를 배출한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배경에는 한국 대중문화 건축가로 평가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중문화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마라'는 지침이 있었다. 

코로나로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업 하기 좋고 경쟁적으로 투자 유치를 벌이는 나라가 되려면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 정서를 버려야 한다. 지금은 기업 경영에 간섭할 것이 아니라 '세수 효자'가 되도록 서포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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