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요건에 관한 고법 판단 '부당'
권혁의 세금체납→권혁 지분 100% 홍콩법인에 제2차 납세의무→ 제2차 납세의무 요건 충족 못함 → '부당'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선박왕 권혁이 실질적 주주로 알려진 홍콩 법인에 대한 국세청의 '제2차 납세의무' 부담이 법률에서 정한 요건에 맞지 않아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홍콩법인 멜보가 낸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고법)이 '멜보에게 권혁의 국세체납액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법으로 환송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원고(멜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는 2006년 홍콩에서 설립된 외국법인으로서, 바하마 국적의 '오로라'가 원고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주주로 돼 있고, 오로라 지분 100%는 권혁이 갖고 있다. 권혁은 이 주식을 바하마 국적의 '라이포드'에게 명의신탁했다.
국세청은 2011년 4월 13일 권혁에게 소득세 2774억원을 과세하고 권혁이 불복 소송을 내자 2013년 멜보가 보유한 국내 부동산과 주식 897억원을 압류했다.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한 소득세가 확정될 때 멜보의 자산을 팔아 국고로 회수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러나 멜보는 2014년 "권 회장이 멜보 주식을 1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세금을 대신 낼 이유가 없다"고 압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멜보 주식 100%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바하마의 페이퍼컴퍼니인 '오로라'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권 회장이 바하마 로펌과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오로라'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만큼 홍콩 법인 '멜보'의 실제 주주는 권 회장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의 소득세에 대해 멜보에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원고인 멜보의 손을, 2심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선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 요건'에 대해 고법이 잘못 판단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 제40조 제1항은 법인의 출자자의 재산으로 국세를 다 납부할 수 없을 때 법인이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출자자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가액을 한도로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는 본래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인 법인에게 출자자의 체납액에 대해 보충적인 성질의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특히 "국세기본법 제40조 제1항은 같은 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인이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그 중 제2호는 '법률 또는 그 법인의 정관에 의하여 출자자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양도가 제한된 경우'(이하''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를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출자자의 소유주식 등에 대하여 법률 등에 의한 양도 제한 이외의 사유로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 등 체납처분절차가 제한되는 경우까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출자자의 소유주식 등이 외국법인이 발행한 주식 등으로서 해당 외국법인의 본점 또는 주사무소 소재지국에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국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등 체납처분절차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법률에 의하여 출자자의 소유주식 등의 양도가 제한된 경우'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결국 대법원은 "권혁이 실제로는 원고(홍콩법인 멜보)의 지분 100%를 가진 주주라 하더라도, 권혁이 소유한 원고의 주식이 외국법인이 발행한 주식으로서 국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등 체납처분절차가 제한된다는 사유는 이 사건 조항의 '법률에 의하여 출자자의 소유주식 등의 양도가 제한된 경우'로 볼 수 없고, 달리 국세기본법 제40조 제1항 각호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주장과 증명이 없는 이상 원고에게 권혁이 체납한 국세에 대하여 국세기본법 제40조에 따른 제2차 납세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고법)은 '국세청이 원고(홍콩법인 멜보)에게 이 사건 조항에 따라 권혁의 국세체납액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조항의 '법률상 양도가 제한되는 경우'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법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16두38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