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치료제, 자신만의 항체 생산할 기회 주지 않아
스테로이드 치료, 몸의 면역반응을 억제해 항체 생산 방해
트럼프 대통령 몸에서 항체 발견됐으나 자신의 항체가 아니야
몇 주안에 투여받은 항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5일(현지 시각)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정문 앞에서 양손 엄지를 들어보였다.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독특한 치료법이 몸의 자연스러운 항체 생산을 억제해 일반 완치자보다 재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미국 과학자들의 경고에 따르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독특한 치료법으로 코로나19 면역능력을 얻었더라도 그 능력이 오래가지 않으며 장기보호를 위한 항체도 만들지 못할 수 있다.
즉, 대통령이 투여받은 단일클론항체가 몇 주 안에 줄어들며 해당 치료로 인해 정상적으로 회복해 항체를 얻은 환자들보다 바이러스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치료를 '항체 치료'라고 하는데,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따로 분리해(단일클론항체) 치료제로 이용하는 의약품이다. 항체는 바이러스 침투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구조에 결합하는 면역 단백질로, 바이러스 주요 부위를 둘러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고 독성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대통령이 치료과정에서 받은 스테로이드 치료가 신체의 자연적인 면역반응을 방해해 항체 생산을 어렵게 한다.
신문과 인터뷰한 예일 대학교 이와사키 아키코 면역학 박사는 “대통령의 몸이 스스로 항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감염에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대다수 사람은 두 번째 감염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 항체(G형)를 생산한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에 따르면 장기 항체가 최대 1년까지 생산될 수 있다.
신문은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 박사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케이스가 특이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알리기 하루 전인 10월 1일의 진단서에선 대통령의 혈액에서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신문은 감염이 진행되는 가운데 항체가 나타나지 않는 일은 드물며 강력한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보통 10일에서 3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배스 이스라엘 메디컬 센터의 댄 바라우치 면역학 박사는 “대통령이 항체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 항체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젠 항체 음성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인데, 가능성이 낮긴 하나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대통령이 항체 생산의 초기에 머물러 있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10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단일클론항체 2개를 섞은 항체치료제 8g을 받았다. 10월 5일, 콘리 박사는 대통령에게서 항체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바라우치 박사는 “혈액에서 발견된 항체는 대통령의 항체가 아니며 주입된 (타인의) 항체들이다. 이런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단일클론항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체내 바이러스 수치를 빠르게 줄여 대통령을 심각한 문제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으나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을 방해해 자신만의 항체 생산을 막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라우치 박사는 “감염 초기에 (타인의) 항체를 얻어 감염을 막거나 치료한다면 자신만의 항체 생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면역체계를 방해하는 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도 처방받았으며 그 시점도 지나치게 빨랐다고 전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카틱 찬드란 바이러스학 박사는 “해당 스테로이드가 항체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노인은 원래 (항체를) 쉽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리제네론의 대변인은 “항체치료제를 투여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항체를 만드는지를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항체를 투여받았으나 21~25일 뒤면 혈중 항체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리제네론에 따르면, 수치 하락은 정상적이며 월별 투여가 가능한 정도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월마다 해당 항체치료제를 투여받을 예정인지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