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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조세전문 관료' 안택순, 그가 남긴 족적은…

  • 보도 : 2020.09.23 15:11
  • 수정 : 2020.09.23 15:11

2년5개월간 조세심판원장 수행…공직 마침표
취임 후부터 '골칫거리' 사건지연 개선에 집중
국선세무사 지원 등 영세납세자 구제 강화도
출범 이후 첫 '심판부 확대' 성과까지 이끌어내

조세일보

납세자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세심판원의 수장인 안택순 원장(사진, 행정고시 32회)이 해당 직위를 끝으로 31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국무총리실은 오는 24일 조세심판원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이상률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행시 34회)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정, 세제, 심판 등 조세 전(全) 분야의 경력을 바탕으로 2018년 4월 2일 임명된 안 원장은 역대 심판원장들 가운데 재임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타이틀을 남기게 됐다. 특히 안 원장은 심판원을 이끌면서 납세협력비용 부담으로 지목되는 사건처리 기간을 단축하거나 개원 이래 첫 조세심판관 숫자를 늘리는 등 작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납세자 권리구제 신속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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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은 취임(2018년 4월) 직후 내부검토절차 간소화 등 사건처리기간 단축 지침을 내렸다. 이후 납세저 권리구제 강화를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신속한 사건처리를 주문했다.(사진 조세심판원)

취임 이후 그의 앞에 놓인 최대 현안은 행정심인 심판청구 단계에서의 구제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었다. 납세자들로서는 사건처리 기간이 늘어난 만큼 직간접적인 납세협력비용의 부담을 더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취임 후 첫 번째로 단행한 조치는 내부검토 기간 축소였다. 종전 심판결정례나 대법원 판례 부합 여부 등을 검토하는 과정인데, 지난해 기준 8일까지 줄였다. 2017년엔 13일이 걸린 작업이었다. 91일이 걸렸던 고액(100억원 초과) 사건 내부검토 기간은 20일로 뚝 떨어뜨렸다. 여기에 심리재개 비율을 2017년 3.1%에서 지난해 1.3%로 하락시키면서, 권리 구제에 걸림돌을 어느 정도 제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해 10월 무서운 추진력으로 돌파하는 '돌쇠' 같은 리더십을 보였다. 심판제도 개혁을 위한 첫발로도 여겨지는 '납세자 권리구제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업무환경부터 심판서비스 질 개선까지 많은 내용이 담겼는데, 핵심은 신속한 사건 처리였다.

심판청구 처리기간 목표치를 최대 180일이라는 수치로 제시했다. 사건조사 과정에서 청구인·과세관청에게 최소 3회의 주장·반박 기회를 부여하면서, 이러한 방침이 '심리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를 사전에 막는 모습을 보였다. 목표를 지키지는 못 했으나(지난해 180일 초과 사건처리 비율 28.4%), 평균 처리일수(160일)를 전년(173일)보다 줄였다는 점은 노력을 짐작하게 했다.

'장기미결사건'을 집중·관리하라는 주문도 뚝심 있는 추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실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급격하게 줄이다보면 평균 처리일수를 올려,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안 원장은 "매를 맞더라도 해결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장기미결 해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5년 342건에서 지난해 215건까지 줄었다. 접수사건의 2% 수준(2019년 8658건 접수)으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소액·영세납세자 더 배려…'검은 유혹' 사전에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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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대리인 무상지원 등 영세납세자의 권리구제 강화에 더해 상임심판관의 사건관계자와의 사적접촉을 차단하면서 투명·공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사진은 안택순 원장이 '2018년 춘계 워크숍'을 열고, 조직 발전방안에 대한 우수 아이디어를 제시한 직원에게 포상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조세심판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영세납세자들은 대리인(세무사 등) 선임이 어려워 이른바 '세금전쟁'에서 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납세자를 지원하고자 소액·영세납세자(소득금액 5000만원, 소유재산 5억원 이하)에게 이른바 '국선세무사(변호사, 회계사 포함)' 을 무상으로 지원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인용률(납세자 승소)은 2017년 15.4%에서 2018년 32%, 지난해 38.1%까지 올라간 상태다.

올해 5월엔 심판청구 전(全) 단계를 정리한 책자를 내놨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는 의견도 낼 수 있으나, 개원 이래 심판청구절차에 관한 실무안내서가 발간된 건 처음이었다. 지난해 2월 심판청구 작성요령을 소개한데 이어 소액·영세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질 개선의 확장판으로 불린다.

청구세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은 소액사건은 일반사건과 구분시켜 청구번호를 부여하고 증빙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진술 등에 신빙성이 있으면 적극 인용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도 세웠다.

'비리개입'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제기될 정도로 심판행정이 불투명하다는 오해가 쌓인 부분을 해소한 노력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각 심판부별 비상임심판관 4명 중 심판관회의에 참석할 2명을 무작위로 선정했고, 심판관 전원에겐 회의 때마다 청렴 관렴 체크리스트(부정청탁, 사적접촉 유무 등 기재)를 쓰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심판원 훈령에 '사적접촉 금지' 조항까지 새겼다.

첫 조세심판관 증원…조직에 새바람 불어넣어

전임 조세심판원장들이 이루어내지 못했던 '조세심판관 증원'도 그의 대표 업적으로 꼽힌다.

사건의 양은 매년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심리·결정해야 할 조직의 변화는 거의 제자리에 가까웠고, 이렇다보니 한 명의 상임심판관이 1500건(2019년 1442건)에 육박한 사건을 맡고 있다. '인력난'은 심리 지연으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가 받은 상황이었다.

안 원장은 취임 첫 해부터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을 찾아 인력 증원의 당위성 등 행정력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 2과(관세1, 지방세1), 그 다음해엔 실무인력인 5급 두 자리를 늘리는 직제개편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심판부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세정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인력을 늘리고 있는 국세청 사례를 감안했을 때 조직 확대가 뜬구름을 잡는 소리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설득작업 끝에, 행안부 내에서도 '세제·세정에 비해 심판 인력이 정체되고 있다'는데 공감을 했고 지난해부터 심판부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가 커졌다. 심판원 출범(2008년) 이후 처음 상임심판관 증원(상임심판관 2명, 조사관 2명)이라는 조직 변화(올해 9월 수시직제 개편)를 이끌어냈다.

안 원장은 퇴임 이후 가족들과 함께하는 취미생활을 가지며 향후 진로를 그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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