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철학과 행복상속]

250년, 8대 걸친 로스차일드가(家)의 성공적 상속 비결㊦

  • 보도 : 2020.09.22 08:00
  • 수정 : 2020.09.22 08:00

조세일보
다섯 화살의 가르침

로스차일드 가문 문장(紋章)에는 다섯 개의 화살을 움켜쥔 손이 그려져 있다. 아버지 암셸이 다섯 아들에게 남긴 유언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화살 하나씩은 쉽게 부러뜨릴 수 있다. 다섯 개 화살을 하나로 묶었을 때는 어떨까? 큰 힘으로도 화살을 꺾기 어려울 터다. 암셸은 이를 통해 다섯 아들이 언제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아울러, 상속에도 엄한 규정을 넣었다.
"서로 사랑하고 우애를 지키며, 유언을 충실히 따라주길 간절히 바란다. 만약 이에 복종하지 않는 자식은 유언장에 적힌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다"

핏줄은 그 어떤 보증보다 강력한 신용이 되는 법이다. 나라 사이의 전쟁과 귀족 가문 간의 갈등으로 가득했던 당시 상황에서, 로스차일드 형제들은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빈, 나폴리에 각각 자리 잡은 형제들은 서로가 서로를 뒷받침했다. 로스차일드 가문과 거래를 텄다면, 적이 되어버린 국가에 재산이 있더라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 나라에도 로스차일드의 아들이 신용을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차일드의 문장 밑에는 '협력(concordia)', '진실(integritas)', '근면(industria)'이라는 낱말이 적혀 있다. 혼란한 시대에는 정직하고 근면한 가풍이 살아있는 집안 형제들의 끈끈한 연대가 세상의 믿을 만한 의지처가 되곤 한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그러했다.

조세일보

유대인들의 해방자가 되다

단순히 돈 모으는 데만 매달리는 집안이었다면 세상의 질투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터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250년 이상 영광을 누리는 데는, 돈을 넘어선 그들의 신념이 큰 몫을 했다.

암셸의 아들 중 한 명인 카를(Carl Mayer, 1788~1855)은 가톨릭 교황령의 금융을 장악하고 바티칸에 반(反)유대주의 입장을 바꾸라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당시 교황을 알현한 사람은 그의 발에 입을 맞추어야 했다. 반면, 카를이 들어오자 교황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유대인의 위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암셸의 맏아들은 프랑크푸르트 허름한 유대인 집단 거주지에 자리 잡은 종가(宗家)를 지켰다. 그는 경제력으로 시(市) 당국을 설득하여 밤마다 유대인 거리 입구를 잠갔던 쇠사슬을 없애 버렸을 뿐더러, 유대인들에게 참정권을 주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암셸의 아들들은 하나같이 유럽 곳곳에 뿌리박힌 유대인 차별을 걷어내는 데 힘을 기울였다. 부자를 함부로 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돈은 유대인의 무기”라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후에 로스차일드의 후손들은 이스라엘이 독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럽 곳곳에 백여 채가 넘는 대저택을 남겼다. 원하면 어디든 화려하고 쾌적한 곳에서 지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가문의 장남은 프랑크푸르트의 게토(getto)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81세가 될 때까지도, 가문의 모든 결혼식은 프랑크푸르트의 집에서 치러야 한다고 고집했다. 유럽의 귀족과 결혼해서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가문의 모든 신혼부부들은 혼인식 후 곧바로 프랑크푸르트로 와야 했다. 집안을 하나로 만드는 정신을 이어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여러 대를 이어온 가업입니다. 우리 가문의 역사는 아주 무겁고 중요합니다. 역사책에도 나올 정도니까요. (저희는) '가문의 이름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이름을 짊어질 수는 있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이는 돈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세상에 부자는 얼마든지 많지만,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는 아프리카 정글 정도 빼고는 없을 터이니까요."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의 대표인 아이안 드 로스차일드의 말이다.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기증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또한, 그들이 기증한 저택들은 유럽 여러 나라의 주요 관광 자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지금도 그들의 기부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들의 상속 규모에 눈 돌리기에 앞서, '협력'과 '진실', '근면'으로 수 천 년에 걸친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끊어내고 세상에 이바지한 명문가다운 정신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성공적인 상속에 대한 수많은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