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주택공급 늘리려면 양도세 인하"…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 보도 : 2020.09.19 06:00
  • 수정 : 2020.09.19 08:59

"매물잠김 풀려면 양도세 인하해서 매물 늘려야"
"양도세 인하로 퇴로 열어야" 과거엔 통했지만
매물 나와도 훌쩍 뛴 집값, 서민에겐 그림의 떡
무주택자가 아닌 부자들간의 거래로 이어질뿐

조세일보

◆…강남의 부동산가격을 잡으려면 양도소득세를 인하해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신의 한 수'인 것처럼 나오고 있지만, 양도세 인하로 매물이 나온들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서민이나 청년, 신혼부부에겐 그림의 떡이다. 양도세인하는 부자들을 위한 주장인셈이다. (사진=연합뉴스)

#. 2013년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주공1단지 140㎡를 19억1000만원에 구입했다. 이듬해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한 특혜법으로 지적되는 '부동산 3법'이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회를 통과하자 실거래가는 꾸준히 올랐고, 7년이 지난 현재 시세는 구입 당시보다 23억원이 올랐다. 43억원짜리 아파트의 주인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다. 주 대표는 소위 말하는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가진 1세대1주택자이지만 이 아파트의 실거주자는 아니다. 

반포주공아파트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민영건설회사가 아닌 주택공사가 분양한 서민용 아파트였지만 지금은 서민들이 쳐다보기 힘든 고가아파트가 됐다.

강남의 부동산가격을 잡으려면 양도소득세를 인하해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신의 한 수'인 것처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도세 인하로 매물이 나온다 한들 평당 5000만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서민이 몇명이나 될까. 서민이나 청년, 신혼부부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며 결국, 양도세가 인하되면 강남 아파트 소유자가 이 부자에서 저 부자로 이름만 바뀔뿐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거래세(양도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보수성향의 정치가, 경제학자들의 입을 통해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들의 퇴로가 열리면서 매물이 쌓이고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논리는 과거 서민들도 은행대출을 이용해 매물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높지 않던 시절에는 요긴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가 요즘처럼 급등한 상황에서 양도소득세율을 내리면 투기세력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초래 될 수도 있다.

"거래세 낮춰서 아파트 공급 늘려야 한다"

조세일보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정책에 대해 '퇴로'가 없다고 말한다.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를 운용해야 하는데, 이 두 세목을 동시에 올림에 따라 다주택자의 물량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목소리다.

최근 한국경제학회가 국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는 수도권의 주택가격 폭등 현상 주요원인을 '정부의 규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짚었다. '재건축 억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공급 확대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등을 지목했는데, 이러한 조치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거래세 부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높다는 점도 거래세 인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OECD 기준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세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 0.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미국은 거래세 비중이 0.1%에 불과했고, 일본(0.3%), 독일(0.4%) 등도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았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방위적인 수요 억제(대출 규제, 세금 등)에 따른 '공황구매' 심리가 주택 가격 폭등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서울 인기지역의 경우엔 올 하반기 주택가격이 7%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봤다. 가격안정화 대안으로 한시적 양도세 인하를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다주택자 내년 6월까지 집 팔라"…부동산 3법 주요내용은?

조세일보

지난달 국회 벽을 넘은 이른바 '부동산 3법(종부세·소득세·법인세법)'으로 부동산을 가진 이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가·다주택자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두 배 가량인 6%로, 내년 6월부턴 주택을 구입하고 1년이 되기 전에 되팔 경우 양도소득세율을 현 40%에서 70%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세부담이 높아지기 전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라'는 강력한 시그널(신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선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이 현행 0.6~3.2%에서 1.2~6%로 약 두 배 오른다.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액은 기본공제 6억원과 세부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내년 6월 1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단기 거래의 경우는 1년 미만 보유 주택(입주권 포함)에 대한 양도세율이 종전 40%에서 70%로 인상되고,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종전 기본세율(과세표준 구간별 6~42%) 대신 60%가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때 적용하는 중과세율이 종전보다 10%포인트 더 높아져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5억원의 차익을 거둔 아파트를 내년 6월1일 이후에 처분했다고 가정해보자.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일 땐 지금보다 세부담이 1억4925만원이 늘어나 총 3억4825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2년 미만 보유 시엔 지금보다 1억2490만원 늘어나 총 2억985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법인에 대해선 단일 종부세율이 적용된다. 2주택 이하를 소유한 법인에겐 3.0%,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을 소유했다면 6.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종전까진 개인과 법인에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왔다.

다주택자 집 내놔도 무주택자와는 별 관계없는 일

조세일보

◆…부동산 매매 안내문이 붙어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사진 연합뉴스)

정부 생각대로 아파트 매물은 쏟아지고 있다. 종부세, 취득세 등 세금 강화 조치에 따라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갖춘 '절세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조사 결과, 올해 1~7월까지 1가구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입주 2년차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배(1만181건) 늘었다. 내년 6월 전까진 절세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도 이를 살만한 이들은 '현금부자'뿐이라는 점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한강 이북의 3.3㎡(1평)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088만원, 같은 기준 한강 이남 11개 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 시세는 4345만원이었다. 전용면적 84㎡ 기준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6억원으로 서초·송파·마포·용산 등도 모두 9억원이 넘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전용 83㎡ 2층이 31억8000만원에 실거래됐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8층)는 2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압구정의 경우 현대14차 전용 84㎡는 실거래가 29억원을 찍었다.

시가 9억원 초과, 15억 이하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에는 LTV 40%(9억원 이하분·9억원 초과분에는 20% 적용)라는 규제까지 겹치며 무주택자들이 집을 장만하고 싶어도 돈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시장에 풀릴 다주택자 매물은 현금부자들이 '주워담기'에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높은 보유세를 견디다 못한 다주택자들 중에선 양도세를 내기보단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2017년 '8·2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같은 해 8월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기타상업용) 신탁은 6589건으로, 2011년 4월(486건)의 13.6배에 달했다. 최근 '7·10 대책(부동산 증여 규제 등)'이 발표되자 7월 서울 집합건물의 증여는 6456건으로 올랐다. 2013년 9월(330건)과 비교했을 때 19.6배 격차를 보였다.  

무주택 서민과 신혼부부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 정부 들어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부작용만 속출하면서, 중과세로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방식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양질의 주택·임대물량을 수요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 노선을 새로 세우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는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면 주택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법이나 세금 규제만으로 주택값을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한국경제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국내 경제학자들은 주택값 안정에 가장 유효한 정책으로 '주거 선호 지역에의 공급 확대(78%)'를 꼽고 있다. 

"투기투자용 주택소유 제한 외에 주택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고품질의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량공급해 주택소유 없이도 편하게 싸게 평생 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쓴 문장이다. 집값 안정책 2탄으로도 불린다.

실제 무주택자 실수요자들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부동산 대책'에 무주택자들은 '공공·임대주택 확대(33.4%)'가 필요하단 응답이 가장 많았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