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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위직 인사]

행시기수 파괴한 국세청 차장 인사…의미와 효과

  • 보도 : 2020.09.03 16:46
  • 수정 : 2020.09.03 21:45

행시 37회 제치고…차장직에 38회 문희철 발탁
지방청장·본청 국장 승진계단 패스…서울청 국장서 직행

조세일보

◆…세종 나성동 국세청사. (사진 국세청)

국세청 2인자인 차장 자리에 김대지 국세청장(행시 36회)보다 행시 두 기수 후배인 문희철 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행시 38회)이 임명되면서 국세청 고위공무원단(고위직) 내 선배기수들의 입장이 뒤숭숭해졌다. 예상치 못한 행시기수파괴 및 보직계단 건너뛰기가 동시에 발생한 탓이다.

행시 37회 자원들이 여러명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다, 지방국세청장이나 본청 국장 정도는 돼야 노려볼만한 국세청 2인자 자리를 고위직 서열 20위권 바깥의 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을 하던 문 국장이 당당히 차지했다. 행시기수 파괴와 승진보직계단 뛰어 넘기가 한꺼번에 이뤄질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다 국세청 인력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비고시를 배려한 인사도 아니어서 더욱 궁금증을 낳고 있다.  

행시기수 & 승진계단 모두 뛰어넘은 파격 왜?

국세청 차장 인사는 여러모로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세청 차장은 2만여 국세공무원을 이끄는 조직의 2인자로서 국세청장과 함께 국세청을 이끌어 가는 사실상의 투톱 러닝메이트나 다름없다. 국세청장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 보니 국세청장과 차장이 업무를 나눠 맡도록 직제와 업무분장이 짜여져있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1청장-1차장 체제를 1청장-2차장 체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정도로 청장과 차장이 업무가 막중하고 국세행정 정책의 정점을 이룬다.  

이같은 막중한 위치에서 업무분장상, 지방국세청장과 본청 국장들을 지휘해야 할 국세청 차장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지휘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선배 기수일 경우, 심적인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청장과 본청 국장들도 후배를 상사로 모시고 일하는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이를테면 새치기를 한 사람이나 새치기를 당한 사람이나 모두 마음이 편치 못한 셈이다.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공직사회에서는 고시 동기나 후배가 상관으로 영전하면 옷을 벗는 관행이 있다. 승진한 후배가 부담없이 일을 하도록 배려하는 측면과 동시에 잔류 시 불편해질 자신의 입장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김대지 국세청장이 행시 기수파괴 & 승진 계단 뛰어넘기의 파격적 인사를 단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 고위직 승진 계단을 건너 뛴 사례

통상 행정고시 출신이든 비고시 출신이든 국세청에서 1급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5급(사무관) →  4급 복수직(지방청 계장) → 4급(본청 계장, 세무서장) → 3급 복수직(본청 과장, 2급 지방청 국장) → 3급(1급 지방청 국장) → 2급(본청 국장 or 2급 지방청장) → 1급 승진이라는 계단을 밟게 된다.

국세청은 극단적인 압정형 승진구조여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승진 벽이 높아서 승진만해도 감지덕지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승진계단을 생략하고 뛰어 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임환수 국세청장 시절 김봉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을 차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지방국세청장이나 본청 국장도 아닌데다, 비고시 출신인 김 전 차장을 발탁함으로써 국세청 조직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보냈다.

2만여명의 국세공무원 중 99%가 비고시로 국세청 조직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9급 공채나 8급 특채(세무대학출신), 7급 공채로 공직을 시작하는 비고시 출신들은 고위직으로 승진할 확률이 1%도 되지 않는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임 전 국세청장은 하위직도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사다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국세청 비고시 출신들에게 적지않은 감명을 주었다.

비고시 배려 차원에서 1급 발탁을 한 사례는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정복 중부청장, 박찬욱 서울청장, 박근혜 정부 시절 김재웅 서울청장 등이 비고시에서 1급 승진을 한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위공무원 승진 → 지방청 국장(3급) → 본청 국장 or 지방청장(2급) → 1급 승진' 코스를 밟았고, 서울청 국장에서 곧바로 1급으로 승진한 경우는 김봉래 차장이 유일하다.   

행시기수를 건너 뛴 사례

지금보다 연공서열이 더욱 엄격했던 지난 1999년에는 황수웅 대구지방국세청장(행시 14회)이 국세청 2인자로 발탁돼 화제가 됐었다.

당시 행시 10~13회 선배들이 많았지만 이를 제치고 황수웅 대구청장의 승진이 가능했던 나름의 사정과 명분이 있었다. 당시 국세청은 세풍사건(1997년 15대 대선 당시 이석희 국세청 차장 등이 대기업에서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사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 내기 위해 '제2개청'을 부르짖던 시기였고 '조직 쇄신'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뒤늦게 행정고시에 합격한 청렴한 이미지의 황 청장을 발탁한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특별한 사례

하지만 이번 인사는 여러모로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대내외적으로 메세지를 던져야 할 시기도 아닌데다, 김 국세청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객관적인 성과평가, 공정한 인사체계 확립' 차원에서 이번 인사가 어떤 의미인지도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8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비고시출신 사기진작을 위한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수에 따라 승진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기수가 낮더라도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인사)하겠다는 김 국세청장의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문희철 국장이 행시 38회이지만 37회보다 나이가 많고, 지역안배를 감안하여 호남출신인 문 국장을 발탁한 것이며, 이준오 중부청장은 재임 1년이 안됐고, 그 외의 호남출신 중 문 국장이 차장으로서 최적임자라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세일보

◆…9월3일 현재 보직 기준.

■ 입장 애매해진 본청 국장들과 행시 37회, 38회

김 국세청장의 인사철학이야 어찌됐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행시 37회와 38회는 각자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행시 37회 입장에서는 자신들보다 한 기수 후배가 국세청 2인자로 올라갔기 때문에 향후 거취에 대한 심적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세청 내 행시 37회는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1968년·전북 부안) ▲이준오 중부지방국세청장(1967년·전북 고창) ▲구진열 인천지방국세청장(1969년·서울) ▲한재연 대전지방국세청장(1966년·충북 충주) ▲정철우 본청 기획조정관(1966년·경북 경주) ▲강민수 본청 징세법무국장(1968년·경남 창원) ▲임성빈 본청 법인납세국장(1965년·부산) ▲이동운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장(1970년·서울) ▲김창기 국장(1967년·경북 봉화) 등 9명이다.

이 중 김명준 서울청장과 한재연 대전청장은 명예퇴직이 확정됐다. 이준오 중부청장과 구진열 인천정장은 올 초 현 직위에 부임해 다음 인사까지는 4개월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

행시 38회는 ▲박석현 광주지방국세청장(1966년·전남 영암) ▲송기봉 본청 전산정보관리관(1965년·전북 고창) ▲노정석 본청 국제조세관리관(1969년·서울) ▲김진현 본청 개인납세국장(1969년·대구) ▲김태호 본청 자산과세국장(1968년·경북 경주) ▲임광현 본청 조사국장(1970년·충남 홍성) ▲문희철 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1965년·전북 고창) ▲송바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1972년·전북 정읍) ▲김동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1966년·경남 진주) ▲조정목 국세공무원교육원장(1964년·경북 경주) 등 10명이다.

이 중 박석현 광주청장은 곧 명퇴할 예정이다.

이들 37회와 38회 중 지방청장과 본청 국장에 먼저 진입한 보직 또는 행시 선배들을 제치고 문 국장이 국세청 서열 2위로 뛰어 오르면서 추월 당한 선배들의 입장은 애매해졌다. 

인사기준이 명확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된다면 인사 후폭풍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그 반대라면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 

연공서열 관행이 엄격한 공직사회의 특성상, 동기나 후배가 상관으로 영전하거나, 더 이상 자신의 승진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승진을 포기하고 가늘고 길게 가는 길을 택하거나(생산성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때를 봐서 미련없이 옷을 벗고 제2의 길을 찾는 방안(인적자원 이탈)을 고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인원이 많은 행시 38회 입장에도 동기가 국세청 2인자가 되는 것이 마냥 반가울리만은 없다. 1급 승진 기회가 열릴 가능성보다는 명퇴를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39회 이하 기수에선 승진시기가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국세청이란 거대 공직사회에 승진적체 완화와 분위기 쇄신 등의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다만 그 뒤를 받쳐줄 행시 39·40회 후배들이 소수인 상황에서 국세청의 인적자원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이번 인사가 거대한 국세청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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