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2020년 세법개정안 분석]⑦

차라리 부동산상속이 낫다. 불리한 '기업상속세제'

  • 보도 : 2020.08.14 05:00
  • 수정 : 2020.08.14 08:00

부동산 상속보다 기업 상속이 불리한 현실
지난해 요건 완화 등 일부 개편했지만…
업계 "과도한 사전·사후요건, 여전히 걸림돌"
전문가들 "'규제' 과감히 없애고 실효성 높여야 한다"

조세일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되고 난 이후 업계에서 수정요구가 높았던 가업상속공제 내용이 빠져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기획재정부)

한국의 상속세법이 기업 상속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과 기업을 상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표면적인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같지만 기업 상속이 훨씬 더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부동산 상속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시세대비 70%로 형성) 현실화가 낮아서 이를 감안해보면 35%(50%X70%)의 실효세율이 계산된다. 반면, 기업 승계 시 경우에 따라 '최대 주주 할증과세'가 더해져 실질 최고세율은 60%(최고세율 50% + 할증 10%)에 달한다. 단순히 세율로만 놓고 비교해 봐도 2배 가량이 차이나는 수준이다.

한정된 자산인 부동산을 상속하는 것과 일자리 창출의 근간인 기업을 상속하는 것은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기업을 상속하는 것은 일자리를 상속하는 것인 반면, 부동산 상속은 상속을 받는 입장에서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적용규정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세제개편이 일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코스닥협회는 국내 상장사 CEO들의 평균 연령 분석자료(1409개사 대상)를 발표했는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56.3세로 나타났다. CEO의 연령대별 비율은 50대와 60대 각각 46%, 26.1%로 두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2%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대 경영자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등으로 인한 고민이 깊어진다는 분석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고율의 상속세 때문에 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업상속공제,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
조세일보

중소·중견기업이 가업(家業)을 승계할 때 상속세를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대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공제액은 피상속인(경영자)의 가업을 영위한 기간에 따라 최소 200억원에서 500억원까지로 한도액을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공제이후에 고용과 자산유지 의무 등 지켜야 할 규정이 많다보니, 자칫하다 공제액을 토해내야 하거나 사전 요건에 가로막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다수인 상황이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해당 제도를 이용한 기업은 연평균 70여건 수준으로 낮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70건(공제금액 : 933억원), 2014년 68건(986억원), 2015년 67건(1705억원), 2016년 76건(3183억원), 2017년에는 91건(공제금액 2226억원)에 불과했다. 제도가 개편을 거듭하면서 혜택을 받는 기업과 공제금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의 기업체 수를 감안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여전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대상(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을 1조원 미만(직전 3년 평균매출)으로 확대할 경우 매출과 고용 등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상속세 부담 완화 효과는 해당 기업의 자본 증가로 이어져 매출이 52조원 가량 늘어나고 1700여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상·한도 손질 없이… 업종·고용요건만 완화
조세일보

업계의 이 같은 의견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해 당정 회의를 거쳐 가업상속공제 완화 방침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중소·중견기업의 사후관리(업종·자산·고용 등) 기간을 줄였다.

구체적으로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간 업종·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한다'는 사후관리 요건을 7년으로 축소했으며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만 허용했던 업종 변경 범위는 '중분류'로 확대했다.

사후관리기간 중 '20% 이상 자산처분을 금지'하는 부분도 일부 완화했다. 업종변경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기존 설비를 처분하고 신규 설비를 대체 취득하는 경우 등을 예외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

사후 관리 기간인 10년(개편 시 7년) 간 중견기업의 '정규직 고용 인원 120% 이상유지' 의무를 중소기업 수준(100%)으로 완화키로 했다.

이러한 개편에도 불구하고 대상이나 한도 손질 없이 업종·고용 등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개정만 담겨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게 업계의 평가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당시 논평을 통해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한 개편으로 기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효과를 체감하기에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가업상속공제 개편 방향은?

세법 전문가들도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가 빠진 점에 대해 아쉽다고 공감하며 구체적인 개편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가업승계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를 서로 다르게 설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지나치게 엄격한 사후관리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가업상속재산가액 규모에 따라 사후관리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연매출 3천억원 미만인 공제대상 기업을 1조원까지로 확대하고, 5백억원 한도인 공제한도액을 1천억원으로 높이는 등 공제대상과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개정안 내용이 포함되어야 기업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노령화에 따른 기업승계 논의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 성장, 경제의 안정성 제고, 일자리 창출 및 유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를 보다 젊게 하고 경제가 역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업승계도 상속에서 증여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현행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제지원에 명분이 될 수 있는 용어개편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가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닌 사회적 가치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전규안 한국세무학회장(숭실대 회계학과 교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의 변경이 있을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가업의 승계가 아니라 물려받은 기업의 유지발전을 통한 고용창출에 있으므로 기업승계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도 "업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더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업이라고 하는 것이 집가(家)자를 썼다고 해서 업종의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업종에 대한 제약을 왜 하는지 의문이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고용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최근처럼 급변하는 흐름에서 업종을 묶어두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부의 대물림이 나쁘다는 인식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 등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해보면 상속공제를 확대하는 것이 여전히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보는 여론이 있다. 양쪽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들으면서 정책편성과정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한 기업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책과정에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