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코로나 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사진 연합뉴스)

'유럽의 병자'로 부르는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았다. 지금은 가까스로 팬데믹을 통제한 가운데 유럽 회복기금을 받게 됐으나, 골병든 이탈리아의 정치와 경제로 인해 여전히 심각한 위기 한가운데 있다고 더아틀란틱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에서 독일, 프랑스 다음으로 큰 경제 대국이자 그리스 다음으로 큰 부채 대국이다. 결속이 약한 연립정당이 정부를 이끌고 있으며 부패로 악명이 높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연합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산층이 고전하는 가운데 사회 계층 이동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국내 총생산이 11%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기업파산으로 근로자가 해고되면 다가올 가을에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편, 마피아가 불법적인 고리대금으로 사회 약자를 괴롭히고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으며 팬데믹 전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 이민이 16% 늘어났다. 유럽연합 전체에서 여성고용률이 가장 낮으며 유럽연합에 대한 믿음도 낮아지고 있다.

이번 팬데믹으로 이탈리아는 확고부동한 유럽연합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되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대리 전장이 되었다. 로마 루이스 대학 정치과학 마르크 라자르 교수는 “이탈리아는 유럽의 병자”라고 한탄했다.

이탈리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나 역량이 충분치 못했으며 팬데믹 사태에서 국제 협력 부족으로 문제가 더 켜져 다른 유럽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하루 확진자가 6,553명에 이르러 통제에 실패했으나 최근 7월 21일엔 128명까지 줄여내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봉쇄 시기 동안 죽음의 공포는 사람들을 뭉치게 했고 보건기관을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이탈리아 기업 90%가 90명 이하를 고용하는 가족 소유 중소기업이라 변화에 강하다. 이탈리아는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 저축량도 풍부하다. 이탈리아 사람은 나라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도 강하다.

라자르 교수는 “1970년대 경제 양극화로 인한 대규모 파업, 우파와 좌파의 무차별 테러 같은 일로, 이제 이 나라가 끝장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탈리아는 놀라운 생존 능력을 보여줬다”며 “이것이 역사가 알려주는 이탈리아의 창조성과 재능”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몇 주에 이어 '유럽 회복기금'의 규모와 구성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며칠 전, 1000조 원에 이르는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이 기금이 이탈리아를 필두로 취약한 경제를 가진 나라들에 크게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기금의 총액도 엄청나고 세부조항도 중대해 회원국끼리 더 긴밀한 '채무 관계'를 맺게 됐다.

유럽은 이탈리아가 가장 필요로 했을 때 눈감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병원에 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의료물자를 요청했을 때, 유럽이 못 본 체해 다른 길(중국의 지원)을 찾기도 했다. 유럽에서 마침내 지원이 왔으나 너무 늦어 이탈리아인의 반감을 샀다. 유럽 회복기금이 합의되기 전까지 유럽연합은 분열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과 핀란드는 그들이 보기에 돈을 헤프게 쓰는 남쪽 나라들에 지원하길 꺼렸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이 기금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연립 정부는 이 기금에 찬성했으나 우파성향의 야당은 너무 많은 조건이 걸려 있다며 반대했다.

이탈리아가 이 기금을 효과 있게 쓰려면 수십 동안 특히 부족했던 정치적 이상(Vision)이 필요하다. 지난 2002년, 언론과 건설 재벌인 베를루스코니가 정권을 차지했다. 그는 정경유착, 언론장악, 회계조작, 뇌물, 성 추문 같은 온갖 부정부패를 일으켰으며 경제도 소홀히 했다. 지난 2011년 지방 선거에 참패해 물러났으나 경제는 지금까지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이탈리아가 뒤 쳐진 녹색기술과 디지털 기반에 장기 투자하라고 권고하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재건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라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다. 중도좌파 일간지 라 리퍼블리카의 에지오 마우로는 “줄어든 중산층과 지역 이익단체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이탈리아를 변화시킬 방향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들의 현실을 달래는 용도로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거대 정당들은 유럽 주류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으며 이탈리아의 미래를 이끌 이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정치 성향이 혼재된 연립 정부는 의회 내 최대 정당이나 여론조사에선 극우 야당 연합에 뒤처졌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도 낮아지고 있다. 라 리퍼블리카의 지난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34%가 보건 위기에 민주주의를 멈춰도 된다고 동의했다. 팬데믹과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노와 반정치적 정서까지 팽배해 있다.

라자르 교수는 “거국중립내각이 세워지면 유럽 회복기금을 관리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한편, 정부의 정당성 약화로 새로운 정치 구도가 일어나 부처와 기금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20년 전, 이탈리아는 1인당 GDP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20곳 가운데 5곳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밀라노 한 곳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시즘을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고 유럽연합 창립회원으로 유럽연합의 기둥이자 신뢰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팬데믹으로 인해 역사상 최대 위기로 몰리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상을 가진 지도자가 없으며 이 나라의 문제가 국경 밖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공공정책연구소의 지오바나 드 마이오 박사는 “이탈리아의 실패가 곧 유럽의 실패”라고 이 상황을 함축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