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靑 "文대통령 화가 아니라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것" 경계
주호영 "北과 내통한 자 임명한 건,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래통합당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두고 '북한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래통합당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두고 '북한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지원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며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을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야당의 도를 넘은 발언에 문 대통령이 화를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화가 아니라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평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서 "상황까지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내용을 알고 계신 상황이었다"며 "어쨌든 반응을 공개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 관계 관련 경험과 실질적 교류 진전 등 직접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박 후보자를 고심 끝에 결정한 점을 야권에서 도가 치나치게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자를 겨냥해 "통일부 장관이라면 달리 볼 수 있지만 국정원은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이라며 "(북한과)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건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고 문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나아가 "정보기관은 적을 추적하고 냉정하게 적을 파악해야 한다"며 "적과 친분관계가 있는 분이 국정원을 맡아서 과연 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흠집 내기와 낡은 색깔론을 펴고 있지만 정치적인 공세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근거 없는 색깔 공세로, 대단히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일부 통합당 의원들의 부당한 허위 발언에 항의하며 재발 방지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를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한 주호영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최소한 지켜야할 금도(襟度)를 넘어선 조폭식 말 폭력', '본인이 고발당했을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면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을 했다는 얘기냐? 그러면 국가보안법 위반을 고발하시라"며 "그 말씀은 너무 과했다. 제가 아는 주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의 참 점잖으신 분인데"라고 힐난했다.
문 대통령이 교착국면인 남북관계 개선과 단절된 남북대화 등을 복원하기 위해 이달 초 통일부 장관·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공방이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다.
민주당은 모든 후보자가 능력과 도덕성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인사라 평가하는 반면, 통합당은 낙마시킬 것을 공식 밝히는 등 여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