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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연구]

원천징수의무자 할 만큼 했으면 원천세 과세 못해

  • 보도 : 2020.07.16 08:00
  • 수정 : 2020.07.16 08:00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의 실질귀속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경우까지 실질귀속자를 기준으로 그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천징수의무자인 원고로서는 성실하게 조사하여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서도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OO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원천징수의무자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옳다고 보았다.

국내에 원천이 있는 소득을 외국법인에게 지급하는 자는 그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한다. 소득을 지급받는 자가 외국법인인 경우, 우리나라와 그 외국법인의 거주지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원천징수할 세액이 결정된다. 따라서 외국법인이 어느 나라의 세법상 거주자인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네덜란드 법인으로부터 내국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취득하면서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주식의 매매로부터 주식양도소득이 발생하였다.

원고는 최초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을 적용하여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그 후 과세당국은 네덜란드 법인은 조세조약의 혜택을 이용하기 위하여 설립된 회사로 소득의 실질귀속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하였다. 네덜란드 회사부터 여러 단계에 걸쳐 있는 주식소유회사의 최상위 펀드의 투자자를 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보아 원천세를 과세하였다. 이 때 일부의 투자자에 대해서는 조세조약에 따라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원천세가 과세되지 않았다.

이 부과 처분 후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에 따르면 네덜란드 회사와 펀드 사이에 있는 어느 주식소유회사가 소득의 실질적귀속자에 해당한다. 이 경우 조세조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은 원천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하였다. 이 추가 부과처분이 이 사건의 심판대상이 되었다.
 
과거 대법원은 거래 및 소득 지급과정에서 성실하게 조사하여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서도 소득의 실질귀속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경우까지 실질귀속자를 기준으로 원천징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원천징수의무자는 과세권자가 아니면서 세법에 정해진 의무에 따라 징수할 뿐 과세관청이 가지는 각종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위 법리는 다수의 대법원 판결에서 인용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실제로 위 법리에 따라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징수의무가 부인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위 법리에 따라 원천징수의무가 부인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과세당국이 한 번 조사하여 원천세를 과세한 후 재차 원천세를 과세하였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질문조사권을 행사한 과세당국으로서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을 원천징수의무자가 제대로 알고 이행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원천징수제도는 조세수입을 조기에 확보하고, 징세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징세권자인 국가를 위한 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보상 없이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원천징수의무의 한계를 두고 위헌성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아무런 대가도 따르지 않는 원천징수에 과도한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원천징수의무자를 조세위험에까지 빠트리는 것은 부당하다. 이러한 점에서 원천징수의무의 한계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하면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준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법원이 원천징수의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원천징수의무를 부인하지는 않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원천징수의무의 존부를 가리려는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판례 입장을 잘 살펴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20. 4. 29.자 2020두31620 판결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이민규 변호사

[약력] 서울대 경영대학,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제5회 변호사시험 [이메일] mg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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