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당사자 한동훈 검사장,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민언련·이철·채널A 이동재 전 기자, 모두 수사심의위 신청
부의심의위, 참고인 이철·고발인 민언련 신청은 '부결'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이 13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검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이 13일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공작"이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한 검사장이 수사심의위 신청에 합세함으로써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관련자가 모두 수사심의위를 신청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한 검사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은 특정 세력이 과거 수사에 보복하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소위 '제보자X'를 내세워 '가짜 로비 명단 제보'를 미끼로 기자를 현혹해 어떻게든 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집요하게 유도했으나 실패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유모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더라도 줬다고 하라'는 등의 존재하지 않는 녹취록 요지를 허위로 조작해 유포한 공작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은 공작의 실체가 우선 밝혀져야만 '제보자X' 측이 협박 또는 강요미수를 당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며 "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한 쪽에는 의미있는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반면, 공작을 주도한 쪽에서 우호 언론, 민언련 등 단체를 통해 고발 단계부터 유포한 '프레임'대로 공작 피해자인 저에 국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검사장은 "정작 제보자X, 로비 명단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 몰카를 찍은 MBC 기자 등 공작에 관여한 사람들은 수사에 불응하며 공개적으로 공권력을 조롱하고, 수사 관련 법무부 내부 자료가 해당 사건 피의자에게 공유된 것으로 의심받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와 기자가 여권 인사의 비리를 깨내기 위해 공모한 것이 아니라, 여권과 특정 언론이 과거 수사에 보복하기 위해 만든 '총선용 공작'이라는 것이다.
이어 한 검사장은 수사 과정에서의 결백을 재차 강조했다. 한 검사장은 "신라젠 로비 관련 취재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형태로든 기자나 제보자와 검찰관계자를 연결해 준 사실도 없다"며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이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함으로써 '검언유착 의혹'와 관련해 고발인과 피고발인, 참고인이 모두 수사심의위를 요청하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참고인 신분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이 가장 먼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8일 수사심의위를 요청했다. 이후 이 사건의 고발인인 민언련이 지난 10일 "적극 의사표명이 필요하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한 검사장까지 수사심의위 신청에 합세했다. 또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 회부를 결정하는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위위원회는 이 전 기자 측과 민언련의 심의위 소집 신청을 이날 부결했다. 부의심위위는 이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소집될 예정이고 해당 절차에서 피의자들이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수사심의위 요청이 부결되자 변호인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이 전 대표의 권리만 중요하고 직장에서 해고된 채 공공연히 구속 수사가 운운되고 있는 이 전 기자 인권의 무게가 서로 다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전 기자가 피해를 본 명예훼손 사건은 이 전 대표에 비해 훨씬 중한 피해를 보았음에도 실질적인 진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바 신속한 수사 진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두고 대검과 법무부가 충돌이 발생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서신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사진=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은 채널A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신라젠 사건에 얽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 내용을 제보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가족 수사를 무마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 구속영장 청구방침을 두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충돌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초 대검 부장회의에 사건 지휘를 일임했다가 다시 전문수사자문단에 판단을 맡기기로 하면서 수사팀의 반발을 샀다.
이에 추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에게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윤 총장은 지난 8일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를 법무부에 건의했지만 추 장관이 이를 거부하자 9일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며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서신을 받아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