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이은 '백신분쟁' 시작
전 세계 백신 후보 19개 중 9개 중국이 개발 중
백신 개발과 생산을 위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협력 필요
'정치화된 과학'이 전 세계인과 미국인의 목숨 위협해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이 중요한 가운데, 미국이 전체 백신 후보 중 절반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을 우호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국제 연구 협력에서 따돌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오늘(7일, 현지시각)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아시아 담당을 맡았던 에반 메데이로스는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 중국을 빼고 미국만의 방법을 찾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백신을 개발해 보급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을 요청하겠다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미국에서 매일 5만 5천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백신 개발회사에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대선이 가까워지자 조급한 나머지, '(지금의 사태는) 중국이 코로나19를 억제하지 못한 탓'이라고 힐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백신 개발을 앞당길 책임을 맡은 미국의 구스타브 페르나 장군은 백신개발 국제 협력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 있다고 지난달 18일 의회 청문회에서 말했다.
페르나 장군은 서약으로써 전 세계 나라와 협력하겠냐는 질문에 “미국 안보에 우호적인 나라와 협력할 것을 서약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지 히로노 하와이 민주당 상원의원이 “거기에 중국이 포함되는가”라고 물었으나 그는 “현재로선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신문은 수년에 걸쳐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무역분쟁과 기술분쟁을 일으켜 전 세계에 큰 고통을 준 것도 모자라 전 세계인과 미국인의 목숨을 담보로 '백신 분쟁'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미국 국립보건원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앞당길 국제 협력 그룹을 만들었다. 이 그룹엔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의 18개 제약사가 참여했으나 중국의 제약사는 참여하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임상시험 대상 백신 후보 19개 중에서 9개를 중국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약그룹총공사가 백신 후보 가운데 최초로 마지막 임상시험인 3상 시험을 시작했으며 베이징에 있는 시노백이란 바이오 회사도 7월부터 3상 시험을 시작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국제 협력 그룹을 만든 직후, 우한연구소를 포함한 중국 연구기관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뉴욕 소재 코로나바이러스 연합 연구 프로젝트에서 연구자금을 갑자기 중단했다.
마이클 라우어 국립보건원 부국장은 서면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가 지원 프로그램의 목표와 국립보건원의 우선순위에 적합하지 않다”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에코헬스 연합은 성명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가)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백신과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해당 연구가 국립보건원의 전략 우선순위에 들어맞는다”고 반박했다.
연합은 이어 “해당 연구가 미국인과 전 세계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국제 협력이 미국의 공중보건과 국가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 77명은 연구자금 취소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며 미국 생화학 협회는 연구자금 취소가 '정치화된 과학'이라고 비판하며 국립보건원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히로노 상원의원은 구스타브 페르나 청문회에서 “중국이 효과 있는 백신을 개발하면 미국은 어쩌란 말이냐”라고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