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치사회 > 사회

흑인들의 슬픈 현실 …빈곤·인종차별에 울고 코로나로 죽고

  • 보도 : 2020.06.18 06:00
  • 수정 : 2020.06.18 06:00

흑인 사망자, 백인보다 최대 4~6배 더 많아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미국의 구조적 인종차별 때문
흑인 60%가 당뇨,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 못 구해
인종 간 분리가 주거와 교육환경 갈라 놓아
인종차별반대시위, 감염 위험 크지만 위대한 미래 앞당길 것

조세일보

◆…미국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 봉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다. 미국에서 특히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은 피부가 짙은 사람일수록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돼 더 많이 죽는다. 특히, 흑인은 백인보다 2배 더 많이 죽어가고 있으며 워싱턴 DC, 캔자스, 미시간 등에선 4~6배가 넘기도 한다. 이런 사망률 차이는 생물학적 인종 차이가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차별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카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버드 대학교 전염병학 카마라 필리스 존스 교수는 “인종 간 사망자 차이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뿌리 깊은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말하며 “인종차별주의가 비백인계 사람들을 바이러스와 만성 질병에 더 노출되고 덜 보호받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조세일보

◆…카마라 필리스 존스 교수. (출처 하버드대학교 캐빈 그래디 래드클리프 연구소)

카마라 필리스 존스 교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14년 동안 건강 불평등을 연구했고 2016년 미국 공중 보건 협회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인종차별이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는 운동을 주도했다. 다음은 신문과 일문일답 중 일부.

- 고연령, 남성, 특정 만성질환과 인종에 따라 코로나19 위기에 더 내몰리고 있는데, 왜 그런가?

"인종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가 사람들을 위기에 내몬다. (미국에서) 비백인계는 바이러스에 더 노출되고 덜 보호받기 때문에 감염되기 쉽다. 일단 감염되면 더 죽을 가능성이 더 큰데, 좋은 음식을 선택할 수 없어 만성질환에 걸리기 쉽고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흑인, 히스패닉(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이 왜 코로나19에 더 노출되는가?

“이들이 가진 직업 때문에 바이러스에 더 노출되는데, 이들은 가정 의료 보조원, 우체국 직원, 창고 직원, 정육 업자, 병원 잡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직업은 임금이 낮으나 팬데믹 상황에선 사회가 움직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들이 이런 직업을 인종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한 게 아니다. 미국 사회의 인종 간 분리로 주거와 교육 환경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당신이 가난하다면 이웃도 가난할 것이며, 지역 재정이 부족해 교육기관도 부실해지며 자녀인 학생들도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해 좋은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다”

“이들은 교도소와 구치소에 다른 인종보다 더 많은데, 보석금이 없어 경제적 억류자가 되기도 한다. 히스패닉은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 더 많다. 이들은 집이 없거나 좁은 집에 모여 살 가능성이 크다. 한 방에 다섯 명이 모여 사는데, 그중 하나가 감염되기 쉬운 최전선 일자리에서 일한다면 나머지 사람들도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조세일보

◆…미국 육류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진 연합뉴스)

-왜 비백인계가 덜 보호받는가?

“양로원, 교도소, 노숙자 쉼터 같은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개인 보호 장비가 지급되기까지 매우 오래 걸린다. 육류가공공장 집단 감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역할과 삶이 낮게 평가받기 때문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지난 5월 초, 미국 육류가공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한 공장은 전체 근로자 2,800명 중에 37%인 1,031명이 감염됐다. 육류가공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보호 장비 없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 일할 수밖에 없어 감염에 취약했다.)

-일단 감염되면, 비백인계가 죽거나 더 나쁜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만성적인 질병을 더 많이 앓는다. 흑인 가운데 60%와 40%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다. 이런 이유는 이들이 건강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삶의 환경 자체가 건강을 챙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는 지역의 식료품 가게엔 채소가 없으며 인스턴트 식품만 쌓여 있다. 또한 삶의 환경이 나빠 공기가 좋지 않고 운동할 곳이 없으며 심지어 독성 폐기물 처리장이 가까이에 있기도 하다. 이들은 건강을 원하지만 이런 (사회 구조적) 인종차별이 이들을 해친다”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선별 검사소나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가 흑인 거주 지역보단 부유한 지역에 더 설치되었다. 자가용이 없다면 검사소 갈 수 없으며 여기에 있는 의사의 진단도 받을 수 없어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증상이 있어 응급실에 갔으나 검사 없이 집으로 되돌려 보내진 사례도 많이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집에서 죽었다. 사망자 상당수가 흑인이었는데, 제대로 집계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병원엔 위기 상황 시 희귀자원 배분을 위한 '위기 상황 치료 기준'(생존 가능성이 큰 쪽에 자원을 할당)이라는 것이 있다. 인공호흡기같이 부족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 인종, 언어, 주소지 같은 기준이 아닌 '기대 생존율'을 쓴다. 매사추세스주 병원에서 '기저 질환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환자에게 하며 기저 질환이 있다면 우선순위가 내려간다. 따라서 (기저 질환이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은 시스템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를 받게 돼 생존을 위한 치료의 기회를 잃게 된다. (매사추세스주는 문제가 된 지침을 바꿨으나 존스 박사는 부족하다고 한다)”

조세일보

◆…지난 14일, 런던에서 인종차별반대 시위 도중 극우주의자로 추정되는 부상당한 백인을 패트릭 허치슨이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비백인계를 보호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모든 최전선 근로자를 위한 개인 보호 장비가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육류가공공장 같은 곳에 돌아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위험수당과 근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어느 곳이 위험한 지역사회인지 파악됐으므로 그곳에 더 많은 검사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 중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인종과 민족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왜 문제가 되는가?

“흑인과 히스패닉, 원주민이 바이러스에 더 사망할 확률이 높으므로 인종에 따라 데이터를 나눠 보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데이터를 기준으로 의료에 자원을 집중할지, 검사에 할지, 예방에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거로 보는가?

“분노가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 분노는 출신과 관계없이 표출되고 있다. 시위가 바이러스를 쉽게 퍼트릴 수 있지만 적어도 수영장 파티같이 경솔한 행동이 아니다. (지난 미국 현충일에 사람들이 수영장에 모여 파티를 하다가 바이러스가 크게 퍼졌다) 시위 참여자들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뭉친 게 아니라 그들의 아이와 손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고 뭉친 것이다. 지금은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향한 위대한 시기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주의는 외모에 따라 인종을 나눠 어떤 누군가에겐 부당한 불이익을, 누군가에겐 이익을 줘 인류 전체의 힘을 낭비하는 사회 차별 구조이다. 이제야 미국은 인종차별이 우리 모두에게 해악이 된다는 것을 각성하기 시작한 것 같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