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철 첫 메세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 그른 데 없어"
"통일부 뒤에 숨어있던 靑, 마침내 나섰지만 믿음보다 의혹 더 가"
文대통령 원색비난도 "의지도 결행할 힘도 없고 무맥무능해 이 꼴"
북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12일 청와대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치와 더불어 남북합의 이행 약속에도 불구,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2일 개인담화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성명문에 서명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청와대)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장 통전부장은 이날 오후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통전부장은 청와대가 전날 NSC회의를 열어 대북전단 살포 엄단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 데 없다"며 "지금껏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전긍긍하면서 통일부 뒤에 숨어있던 청와대가 마침내 전면에 나서서 대용단이라도 내리는 듯 입장 표명을 했지만 우리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여태껏 말이 부족하고 글을 제대로 남기지 못하여 북남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고 결행할 힘이 없으며 무맥무능했기 때문에 북남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비난했다.
그는 또한 "이미 있던 법도 겨우 써먹는 처지에 새로 만든다는 법은 아직까지 붙들고 앉아 뭉개고 있으니 언제 성사돼 빛을 보겠느냐"고 반문한 뒤,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했다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법 같은 것은 열 번· 스무 번도 더 만들고 남았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장 통전부장은 "청와대와 통일부, 집권여당까지 총출동해 백해무익한 행위니, 엄정한 대응이니 하고 분주탕(몹시 분주하고 소란을 피우는 일)을 피우면서도 경찰을 내세워 삐라 살포를 막겠다고 하는데 부여된 공권력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그들이 변변히 조처를 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뒤늦게 사태 수습을 한 것처럼 떠들지만 어디까지나 말공부에 불과한 어리석은 행태"라고 거듭 힐난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이 손잡고 철석같이 약속하고 한자한자 따져가며 문서를 만들고 도장까지 눌러 세상에 엄숙히 선포한 합의와 선언도 휴지장처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름 발린 말을 한들 누가 곧이 듣겠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나아가 "서푼짜리 연극으로 화산처럼 분출하는 인민의 격노를 잠재우고 가볍기 그지없는 혀놀림으로 험악하게 번져진 오늘의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고 타산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 마주서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장 통전부장이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연이은 북측 인사들의 발언과 모든 대남 통신연락선 차단 등 조치로 남북 관계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듯한 상황이다.
특히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이 나서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향후 남북 대화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해, 유엔 대북제제나 미국의 제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가고자 노력 중인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