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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㊳-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우리는 다리만(?) 잡지 않는다, 몸통을 잡는다"

  • 보도 : 2020.06.09 18:05
  • 수정 : 2020.06.09 18:05

조세일보

2017년 5월 X로펌 사무실

강 변호사가 막 출근하였다. 컴퓨터 email을 보니 미국 고객회사의 in-house counsel(사내 변호사)인 Neal Sidi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이 회사는 전세계에 수많은 자회사와 지사를 가지고 있는 문자 그대로 global enterprise이다.

내용은 이러하였다.
자기 회사가 한국에서 한국의 대기업그룹과 거대한 Joint Venture(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곧 한국에서 JV 출범식이 열린다. 국내외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거 초청되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하여 자기 회사에서 회장, 사장을 포함한 고위인사들이 대거 방문한다. 방문단에는 해외담당 사장, 부사장, 부사장급 법무실장/변호사(general counsel),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책임자), 자기를 포함한 다른 사내변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Neal Sidi 변호사는 이 합작회사의 조세문제를 상의하기 위하여 최근 로펌을 자주 방문했다. 이번 방문 시에도 몇 가지 조세문제를 더 상의하기 위하여 junior 변호사들과 함께 강 변호사 사무실을 잠깐 들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강 변호사는 조세전문 후배 회계사 및 변호사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토의할 내용에 대한 답변도 완벽하게 준비했다. Sidi 변호사와 회의가 끝나면 참석자들끼리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다.

그 후 예정대로 미국 고객회사에서 고위임원단이 대거 방문하였다. 그들은 신라호텔에 묵으면서 한국의 정재계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였다. 그 중 일부는 삼성전자 등에 대한 산업시찰을 하였다.

강 변호사도 Neal Sidi 변호사 팀을 만나서 여러가지 자문을 해 주었다. 물론 좋은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환담도 나누었다. Neal Sidi 변호사와 다른 두 명의 미국인도 매우 흡족해하는 듯했다. Meeting은 성공적이었다. 

강 변호사는 생각했다. 앞으로 JV의 조세관련 이슈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Neal Sidi와 이런 자문이 계속될 것이므로 한 달에 1만불 이상의 fee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고객에게서 적어도 1년에 10만불 이상의 fee는 보장될 것 같다.

2018년 9월 Y로펌 사무실
나 회계사의 전화기가 울렸다. 국제전화였다. 영국 고객회사의 in-house counsel(사내 변호사)인 Bob Bush가 걸어온 전화였다. 이 회사는 영국의 다국적기업으로 전세계에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multi-national enterprise이다.

내용은 작년에 X로펌이 받은 메시지 내용(위)과 비슷하였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에서 자회사를 세우고 그 자회사가 큰 공장을 건설하였다. 그 공장의 준공식과 함께 opening ceremony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정부의 고위 관계자 등 국내외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거 초청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하여 자기 회사에서 회장, 사장을 포함한 고위인사들이 대거 방문한다. 방문단에는 해외담당 사장, 부사장, 부사장급 법무실장/변호사(general counsel),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책임자), 기타 사내변호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Bob bush 변호사는 자회사설립 및 공장건축과 관련된 조세문제를 상의하기 위하여 최근 Y로펌을 자주 방문했다. 이번 방문 시에도 몇 가지 문제를 상의하기 위하여 다른 실무변호사들과 함께 나 회계사 사무실을 잠깐 들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나 회계사는 Bush 변호사와 이슈와 일정 등을 상의한 후 다시 일상 업무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엇인가가 번개 같이 머리를 스쳐갔다.

'앗,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뻔 했구나'하며 머리를 탁 쳤다.
 
그리고는 대표 방으로 내달렸다. 대표에게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영국의 고위임원단의 방한소식을 전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 고객은 우리 로펌에서 제가 조세에 관한 자문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법률 분야는 아직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로펌이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쪽의 회장 등 실권자들이 대거 방한하는데, 이 절호의 기회에 우리 로펌 각 분야의 전반적인 manpower, 실력 그리고 경험 등을 과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 고객의 모든 법률자문을 통째로 묶어서(?) 우리 로펌으로 가져와야 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도와주십시오."  

이 말은 들은 대표는 매우 흡족하였다. 대표와 나 회계사는 고객 쪽의 임원단과 Y로펌 고위핵심인사들과의 상견례 자리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나 회계사는 즉시 영국의 Bob Bush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께서 회장을 포함한 그들 고위임원단을 Y로펌 사무실로 초대하고 싶어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가능하면 저녁식사까지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였다.

얼마 후 이메일로 답이 왔다. 초대에 고맙고 대부분의 임원들이 참석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저녁식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대표는 각 분야 – 조세, 회사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금융법, 지적재산권, 환경법 등등 - 의 팀장에게 연락하여 이들을 맞이할 인사들(장, 차관 등 정부 고위직 출신들 포함)을 선정하였다.

나 회계사는 내부인사들을 소집하여 리허설을 하였다. 대회의실 준비, 간단한 cocktail준비, 내부인사 소개, 회사 및 각 분야에 대한 약식 프리젠테이션, 차담/환담시간 등…

드디어 상견례의 날이 왔다.

"뉴욕"이라 명명된 Y로펌 대회의실. 회의실 내 좌우 긴 탁자에는 고급 다과, 커피 등 음료수가 배치되었다. 회의 시간 10분 전, 참석 요청을 받은 내부인사들이 전원 회의실에 모였다. 나 회계사가 다시 간단히 오늘 방문하는 인사들의 약력과 회사에 대한 소개를 했다.

10분 후 방문단 10여명이 도착했다. 대기하던 전직 장관 등 고위 관리, Y로펌 대표, 각 그룹 팀장들, 그리고 미국변호사들이 이들과 인사를 하면서 선 채로 차를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남쪽에 일제히 좌정했다. 북쪽에는 고객 인사들이 착석했다.

그러자 고참 미국변호사가 내부인사들 하나 하나에 대하여 정말로 프로답게 소개를 하였다.
"전직 금융위원장, 산자부차관, 대법관, 검찰청 차장, 국세청장…"
"공정거래팀장, 금융그룹팀장, 조세그룹 팀장, 소송그룹팀장, 노동그룹팀장, 지적재산권그룹 팀장…"
"전직 미국국세청 변호사, xx담당 미국변호사…"

이어서 고참인 미국변호사는 power point로 Y법인의 전문분야별 manpower와 경험들을 소개하였다.

이런 대규모 사열식 환영을 받은 방문단은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방문단은 Y로펌의 각 분야 한국 최강 인적자원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결과 향후 한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조세뿐만 아니라 노동법, 공정거래법, 회사법, 지적재산권 등등)에 대하여 Y로펌의 도움을 받아야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강한 이미지가 이 고객인사들의 머리에 깊이 박혀 버릴 것이다. 따라서 뒤늦게 다른 경쟁로펌이 달려들어 일감을 빼앗아가고 싶어도 고객이 그쪽으로 끌려 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세 뿐 아니라 고객의 모든 이슈가 통째로(?) 묶여 굴러 들어오게 된 것이다.

"(오징어) 다리야, 수고했다. 이제 몸통도 왔다!"

나 회계사의 idea 하나가 순식간에 10만불짜리 고객을 100만불짜리로 만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이런 극진한 대접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한국 대기업의 회장, 사장이나 고위임원들이라고 다를까?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다 비슷하다. 이런 대규모 환영은 초기단계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리하여 미래의 일감들을 모두 특정 로펌으로 집중시키게 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위 두 사람의 business mind 차이를 알았을 것이다.

'변호사 등' 전문직들의 성공DNA : "우리는 다리(?)만 먹지 않는다. 몸통을 먹는다."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
이종열 박사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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