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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급해 송현동 부지 매각하는 대한항공‘서울시가 왜 거기서 나와’

  • 보도 : 2020.06.08 10:40
  • 수정 : 2020.06.08 10:40

서울시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조성한다 4761억원에 팔아라"
당장 돈 급한데 내년에 10%, 내후년 90% 주겠다며 수의계약 요구
항공업계, 미증류의 위기상황에 발목잡는 서울시에 분통

조세일보

◆…사진=서울시 제공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유동성 위기를 맞아 자구책으로 내놓은 서울 도심 금싸라기 땅 송현동 부지 매각작업에 서울시가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서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시는 수의계약으로 4671억원의 보상금액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이같은 금액을 제시함에 따라 공개경쟁  매각절차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대한항공으로선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대한항공은 미증류의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나 서울시가 자구계획을 도와주기는커녕 매각작업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제안을 해 당혹한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말기준 총 차입금은 18조원으로 부채비율은 1200%에 이른다. 올해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약 4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올해 우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조2천억원 규모의 금융권 차입과 비업무용 부동산 모두 매각하여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화물운송 사업이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며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 하향검토대상에서 '부정적' 등급전망으로 변경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BBB등급 미만이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회사채 발행이 안 되어 실질적인 자금조달이 막힌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다시 유가가 상승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해소되지 않아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한 대응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실적 회복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여 신용등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향후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실행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다는 의미이다.

대한항공은 대표적인 자구계획으로 송현동 토지 매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부지는 일본, 미국이 소유하다 97년 한국으로 귀속되었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하여 7성급 도심 최고급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각종 인·허가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 부지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소 5천억원 이상에 매각하기 위해 삼정KPMG와 삼성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세일보

◆…그래픽=연합뉴스그래픽 일부발췌

그러나 지난 5일 송현동부지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이 땅에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으로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밟으면서 부지보상비로 4671억여원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2021년 467억원, 2022년에 4204억여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에 의거 토지 소유주에게 의견을 내라는 공문을 4일 대한항공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입안하고 주민의 의견을 청취한 뒤 유관부서 협의를 거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후 결정·고시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어 매매방식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한다.

부지보상비에 대해 서울시는 감정평가액을 기본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사업이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감정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공시가격으로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어 부지보상비 산정의 적정성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 L씨는 “2008년에 2900억원이 투입된 토지에 대해 연5%의 시중금리로 가정해 보면, 현재가치는 단순하게 보아도 5천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욱이 민간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도심 요충 토지의 경우 상징적 의미가 있어 실 거래가는 이 금액을 상당히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허가권자의 개입으로 정상적인 입찰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지는 건축물 높이가 12m 이하로 제한되며,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00~200%에 불과하고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인허가권자의 영향이 관련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서울시가 이점을 이용해 싼값에 부지를 매입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송현동 부지 개발은 문화공원이라는 공익적 목적도 있지만 민간 소유의 토지로 자유경제의 목적도 있어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97년 한국으로 귀속된 이후 각종 인허가문제로 개발을 억제하다가 이 토지에 문화공원 조성이라는 공익성을 앞세워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소유주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 됐다.

게다가 올해 안에 시급히 자금을 확보해야하는 대한항공에 내년에 10%, 2022년에 나머지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은 부지매각에 따른 유동성 확보가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올해 자체예산으로 투입할 자금이 없고 향후 국책사업으로 전환하여 국가지원을 받는 사업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 K씨는 “이번 서울시의 결정에 대한항공은 일반주주의 가치제고를 위해 서울시 매수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어 금융권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며 “3분기에도 코로나19 펜데믹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간산업인 대한항공의 부실은 고스란히 국가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국민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밝힌 2022년에 부지매입대금의 대부분인 4200여억원 지급하겠다는 것은 차기 시장선거에서 매매대금의 적정성에 대해 정치적 이슈가 될 여지도 있다”며 “지난 23년간 각종 규제로 개발을 못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자구계획으로 팔려는 부지를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사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학자들의 경우 서울시가 공익을 위해 공원부지가 필요하다면 정당한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여 선의의 경쟁을 통해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이라며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재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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