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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㊲-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수임(受任)실패?…경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보도 : 2020.06.05 17:33
  • 수정 : 2020.06.05 17:33

조세일보

"Winners are not afraid of losing. But losers are. Failure is part of the process of success. People who avoid failure also avoid success(승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패자는 두려워한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실패를 피하는 사람은 성공도 피하게 되는 것이다)." – Robert T. Kiyosaki

속된 말로 전문직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각종 고시에 합격한 전문가라고 해서 수입이 보장되는 것일까?

미안하지만 답은 "No!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전문직들도 먹잇감(일감)을 따내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일감의 공급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문직의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전문직 법인들은 항상 일감을 따기 위한 경쟁을 치른다. 더 많은 일감과 더 좋은(수익성이 높은)일감을 따내기 위한 수임경쟁(受任競爭)이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세무사도, 변리사도 그리고 관세사도 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은 수임경쟁에서 패배하거나 실패하면 억울하고 분해한다. 자기에게 어떤 문제나 약점이 있었는지를 겸허히 점검해 볼 생각은 안하고 어떤 변명거리나 탓할 거리를 찾으려 한다. 경쟁자를 욕하거나 고객의 공정성을 음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패배의 기억을 쉽게 잊는다. 어차피 남에게 간 고객이니 고객에 대한 관심도 멀어진다. 그렇게도 내 사랑(?)을 받아 달라고 아우성쳤던 고객이었건만, 시간이 가면서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전문직 대부분의 문제이다. 마치 그 고객과 자기와의 인연이 다 끝난 것처럼 체념해 버린다. 시간(세월의 흐름)은 약(藥)이라 했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독(毒)이 되고 만다. 

일상의 바쁜 일처리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그렇게 친밀하던 고객과의 communication channel(의사소통 채널) 자체가 망가져 버리고, 이어 사건(일감) 하나를 놓치고 고객까지도 놓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전문직은 이런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경쟁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나긴 경쟁의 잔여분(殘餘分)(?)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미국 뉴욕 D회계법인 조세부문 partner였던 Scott Summers팀의 실례를 보자. 예전에 필자가 그곳에 근무할 때 “Sustained Growth(지속성장)”에 관해 연수를 받았는데 그 때 강사로 나온 그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어느 날 IRS(Internal Revenue Service: 미국세청)이 한 거대 기업을 급습하여 장부를 압수하고 특별세무조사를 시작하였다. 이런 특별세무조사는 해당기업을 극도의 공포분위기로 몰아넣는다.

이런 압수수색조사는 조사의 강도가 높고 기간도 길어 일반 기업은 스스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기업이 이런 조사에 스스로 직접 매달리다 보면 다른 기업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는다. 거기에다 어떤 감당하기 어려운 벌금이나 형벌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 기업이 외부의 조력자 (助力者)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고객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조사들은 대형회계법인들에게는 신이 내리는 선물이다. 그들에게 큰 먹잇감들을 주기 때문이다.

고객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지만 어쩌겠는가? 힘들어 하는 고객 앞에서 대형회계법인들은 표정관리(?) 모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형회계법인들은 우선 세무조사지원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기업의 인사들을 접촉한다. 조사의 강도, 조사의 방향, 조사결과의 예상, 조사 대응전략, 향후 법적구제절차와 승소가능성, 그리고 settlement(타협) 가능성까지 모든 것을 이 잡듯이 연구한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후, 대상기업을 찾아가 핵심인사들에게 presentation을 한다. 이런 일에 회계사, 변호사, IRS 출신들 모두가 밤을 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Scott Summers팀도 당연히 수임경쟁에 뛰어 들었다. 회계사, 변호사(미국회계법인에는 변호사가 많다), IRS 출신 등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기업의 사장부터 실무진까지 이 잡듯이 훑어 접촉한 후, 최종적으로 그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러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패배였다. 다른 회계법인에게 일감을 빼앗긴 것이다.

사건의 책임 partner였던 Scott Summers는 패배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자기의 상사인 조세부문대표에게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 지 막막할 뿐이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대표 방에 들어가 보고를 하면서 대표의 눈치를 본다.

대표가 크게 낙담하고 엄히 책망할 줄 알았다. 그런데 대표의 반응이 의외다. 대표의 표정은 담담했다. 오히려 수고했다며 Scott Summers와 그 팀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위로를 하는게 아닌가?

준비단계에서는 그렇게 지독하게 팀을 몰아 부치던 대표는 패배의 원인을 차차 분석하라고 지시한 뒤, 담당팀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자네들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이것으로 수임경쟁이 다 끝난 줄 아는 모양인데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의 수임경쟁은 일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란 말일세. 내 말은 아래와 같은 경주, 즉 수임경쟁의 나머지 코스를 계속해서 뛰어보라! 그 말이네."

첫째, 앞으로 사건을 수임한 경쟁법인이 수임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 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수시로 탐문할 것.
둘째, 조사대응결과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경쟁법인 팀의 현장지원과 자문태도에 대하여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등을 계속 알아볼 것.
셋째, 비록 우리들에게 사건을 안 맡겨서 내심 섭섭하지만 태연하게 행동할 것. 그리고 그 회사의 임직원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을 게을리 하지 말 것.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할 것.
넷째, 그들 임직원들을 만나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
"경쟁법인 팀이 아주 잘 하리라 믿지만, 혹시라도 그들의 지원이 만족스럽지 않으실 수도 있다. 혹시 그러면 우리 법인을 co-counsel(공동 조력자)로 선임해 주시면, 경쟁법인 팀과 함께 협조해서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사 중 어떤 예민한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도 있다. 그 때 고객이 조사팀에 의견서나 position paper(소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그 경쟁 법인팀의 의견 하나에만 의존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우리 법인의 second opinion도 받아 두 의견을 비교 종합해서 판단하시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조세부문에는 IRS 출신들이 고위직에서 실무진까지 즐비하다. 그 중에는 현 조사팀장의 죽마고우(竹馬故友)도 있으니 필요하시다면, 조사팀의 중점조사항목이나 조사진행상황 등을 비밀리에 알아봐 줄 수도 있다."

조세부문대표의 지시를 받은 Scott Summers팀원들은 조사의 착수부터 종반까지, 심지어 소송단계에 이르기까지 이런 공략을 집요하게 펼친다. 고객이 귀찮아하겠지만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듯이 긍정적인 신호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idea를 가지고 love call을 계속해올 경우 당신이라면 무조건 등을 돌리고 말겠는가?

세상사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조사 도중에 정말로 위에서 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어떤 역할을 맡을 수만 있다면 Scott Summers는 수임경쟁의 패배를 일부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Scott Summers는 조세대표의 교훈을 본받아 승승장구한 후 그도 대표로 승진하였다고 한다.

"수임경쟁에서 패배를 했다 하여 그 경쟁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수임경쟁, 아니 수임을 위한 경주는 사건(특별조사)의 종결 시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다."

D회계법인 조세대표의 철학이다. 그런 까닭에 그 많은 고객들이 다른 것은 몰라도 조세문제만은 D회계법인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직업윤리를 들어 그 조세대표의 이런 태도를 비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황소와 염소의 게임이 아니다. 황소 대(對) 황소의 게임인 것이다. 강자가 약자의 먹이를 빼앗기 위한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유경쟁이 보장되는 미국 자본주의시장에서 상시 허용되는 이런 정정당당한 실력 대결(對決)(마케팅 대결)을 무엇으로 막겠는가? 이런 처절한 경쟁만이 프로법인들의 서비스 품질과 대(對) 고객서비스 attitude(자세)를 높여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노력하였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 노력하였다는 것입니다." – 스티븐 코비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
이종열 박사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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