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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분기 실적분석]

정유업계, 미증유 악재에 4.4조 적자로 몸살

  • 보도 : 2020.05.27 14:39
  • 수정 : 2020.05.27 14:39

2분기도 실적 부진 이어질 듯… 하반기 이후 회복 전망

조세일보

◆…2018~2020년 분기별 정유 빅4 합산 영업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유업계가 역대 최악의 1분기 실적을 내며 주저앉았다. 국제유가 흐름 따라 널뛰기 실적을 보이다가 결국은 뇌관이 터졌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 1분기 합산 영업손실이 역대 최악으로 평가됐던 2014년 4분기와 2018년 4분기의 1조원대 적자를 훌쩍 넘는 4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유가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락세로 2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유가가 곤두박칠쳤고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까지 부진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손익분기점(BEP) 이하 정제마진 흐름이 지속돼 국내 정유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유업계는 2016년부터 2년여의 짧은 호황기에 안주하지 않고 비정유 부문 강화, 설비 고도화, 원유 다변화 등의 다양한 전략을 펼치며 정유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해왔으나 미증유의 악재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유가 급락·정제마진 부진…"제품 팔수록 손해"

정유업계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4사 합산 실적은 매출액 27조 8495억원, 영업손실 4조 3774억원, 당기순손실 3조 91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유 빅4가 합산 분기 매출액이 30조원에 못 미친 것은 2017년 3분기 27조 8547억원 이후 약 3년 만이다.

앞서 정유사들은 2014년과 2018년에도 대규모 적자를 쏟아낸 바 있다. 2014년 4분기 4사 합산 영업손실은 1조 1326억원, 순손실은 1조 3515억원 수준이었으며 2018년 4분기에는 1조 572억원의 영업적자와 3976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율을 바탕으로 33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선방해냈고 2018년엔 SK이노베이션이 환헷지(Hedge)로 영업외수지 악화를 방어해내며 유일하게 265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와 달리 각 사별 영업·순이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분기 손실 규모가 1조원대였던 것에 비교하면 역대급 기록인 셈이다.

정유업계 손실의 주요인으로는 국제유가의 급격한 변동이 지목된다. 2014년에는 상반기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110달러 내외였던 게 연말 50달러대로 급락했고 2018년 역시 3분기 말 80달러 수준에서 12월 5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정유사들은 통상적으로 원유를 사들인 뒤 정제과정을 거쳐 2~3개월 뒤 판매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단기간 유가 하락폭이 클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악화돼 부진에 빠진다.

올 1분기 유가 역시 지난해 말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3월 20달러대로 급감해 실적에 악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올해 유가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으로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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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국제유가·정제마진 추이.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증권업계

유례를 찾기 힘든 국제유가 폭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로 대표되는 거대 산유국들의 생산량을 둘러싼 대립이 불렀다.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1월 약 6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코로나19 사태에 수요가 줄자 3월 40달러 가량 떨어졌고 이에 사우디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3월 초 OPEC+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사우디의 감산 제의를 러시아가 미국 셰일의 반사이익을 막기 위해 거절하고 오히려 증산 입장을 고수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반발한 사우디는 2분기 초 증산까지 감행하는 소위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값인 정제마진의 부진도 지속됐다. 정유업계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보통 BEP가 배럴당 4~5달러 내외로 평가되나 지난해 말 약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찍은 뒤 1분기 0~3달러 사이를 오가는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부진해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됐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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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빅4 2019~2020년 1분기 영업이익 변화.

정유부문 손실 4조 4200억…2분기도 부진 가능성

이 같은 시황 악화는 정유사들에게 비싼 값에 산 원유를 정제 후 싼 값의 제품으로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안겼다. 이에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은 111.3%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으며 GS칼텍스 111.4%, S-OIL 116.5%, 현대오일뱅크 110.2%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특히 각 사별로 정유부문이 재고평가손실이 커지며 막대한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4사의 정유부문 합산 영업손실액은 4조 422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 7752억원 중 92.2% 가량인 1조 6359억원이 석유사업의 적자였다. 비정유 부문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진 등이 원인이 돼 전년 동기대비 화학사업이 89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윤활유에서도 34.6% 줄어든 289억원의 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배터리 부문도 180억원 가량 적자가 늘었다.

세전손실액은 2조원에 달했는데 영업외손실이 2720억원으로 전년보다 2200억원 가량 증가했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과의 우한 합작법인이 1218억원의 순손실을 내 이노베이션의 지분법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작용했다.

GS칼텍스는 1분기 연결기준 정유부문 영업손실이 1조 1193억원으로 전사 1조 318억원 적자를 웃돌았다. 윤활유가 672억원, 석유화학이 202억원의 영업익으로 흑자를 유지하긴 했으나 정유부문의 매출 비중만 77.91%에 달하는 만큼 손실액이 크게 불어난 모습이다. 영업외손실액도 작년보다 1400억원 가량 늘어 세전손실이 1조 3903억원을 기록했다.

S-OIL도 주력사업의 적자가 전사 손실을 상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 73억원을 기록했으나 정유부문이 1조 19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외형 비중이 8.3%에 불과한 윤활부문에서 전년동기 대비 310.6% 증가한 1162억원의 영업익을 거뒀지만 전체 매출의 76.1%를 차지하는 주력부문의 손실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5632억, 주력 정유부문(별도) 영업손실액 476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업계 최고수준의 고도화율(40.6%)로 유가등락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아 2014년 당시 홀로 영업익 흑자를 유지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정유사업의 재고평가손실도 1620억원 수준이었다.

2분기에도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사우디의 증산으로 인해 4월에도 23달러 수준에 머물렀고 정제마진이 회복은 커녕 최근 10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달 초에는 배럴당 -3.3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달 중순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고 이달에도 충실히 이행하면서 유가가 차츰 반등해 이달 30달러선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까지 정유사들의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겠지만 저점까지 내려갔던 유가와 정제마진이 차츰 개선되고 있고 중동산 원유 도입 시 적용되는 인도분 아랍경질유 공식판매가(OSP)의 하락 효과도 작용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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