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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㉟-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뭣이? 일감을 달라? 그것은 자네가…

  • 보도 : 2020.05.26 13:52
  • 수정 : 2020.05.26 13:52

조세일보

"들어온 떡만 먹으려고 하지 말라. 떡이 없으면 나가서 떡을 만들어 와라"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전문가들에겐 보장된 일감이 없다. 이번 달은 일감이 넉넉하여 별 걱정 없이 넘어간다 하더라도 다음 달, 그 다음 달도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 아무리 대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주문이 끊기면 기업은 망한다.

전문직이라고 다를 리 없다. 전문직도 수임(受任)건수와 업무량이 감소하면 바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그 추세가 길어지면 더욱 긴장하게 되고 대책수립에 고심하게 된다.

그들의 보수는 수입(收入)에서 나오고, 수입은 일감(고객의 업무 의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직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수임 리스크(受任 risk)가 상당한 직업이다.

그러나 현실이나 경험치를 보면, 그 리스크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일감이 잠시 단절되거나 감소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고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성장에 비례하여 법률이나 회계문제들도 늘어나 전문직의 일감은 대체로 stable(안정적인)한 경향이 있다. 전문직합격자가 급격히 늘어나도 일시적인 일감감소 현상은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1인당 일감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프로법인의 내부만을 놓고 보면 사정은 복잡할 수 있다. 일이 많아 항상 쫓기는 사람이나 팀이 있는가 하면, 일감이 없어 사무실에서 빈둥거리는 팀이나 사람도 있다.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전문가가 대체로 바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능력이나 인기가 비슷해도 담당 고객의 법률문제 등이 일시적으로 많을 수도 있고 감소할 수도 있다.

전문직들은 장기간 일감이 없거나 부족하면 불안해진다. 마치 자기가 능력이 부족해서 고객이 자기를 기피하는 것 같은 자격지심(自激之心)이 든다. 또 같은 이유로 선배들이 자기에게 업무를 내려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생긴다.

전문가는 누구나 이런 시기를 경험한다. 어떻게 이런 어려움에 대처하고 타개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전문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다양할 것이다. 그 중의 하나를 아래에 제시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필자는 얼마 전에 San Francisco에 있는 UC Hastings Law School에 방문교수로 가 있었다. UC Hastings Law School은 아시아국가의 법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법과대학원이다.

그런데 때마침 그 곳에는 Malaysia에서 온 동료 교수 한 분이 계셨다. 그는 Malaysia의 최대 로펌에서 오랫동안 대표를 하다가 은퇴한 법학박사 변호사였다.

그와 나는 공동강좌를 하나 열었다. 과목이름은 Practice Development & Client Maintenance(업무개발 및 고객유지)였다. 번갈아 강의를 했는데 다음은 그가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는 그 로펌에서 아주 잘 나가던 변호사였는데, 한 때 일감이 크게 줄어 매우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수임실적이 줄어 자기의 chargeable time(청구할 시간)도 크게 줄어들고, 자기 팀 후배들의 time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자하니 너무나 힘들었다. 로펌에 비용만 떠넘기는 것 같아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웠다.

로펌 대표도 이제 자기 팀의 저조한 실적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 뻔한데 그저 무책임하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도 없었다. 결국 자진해서 찾아가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풀이 죽은 채 대표의 방에 들어섰다. 그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말을 할 기회가 오자, 수임실적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대표님, 요즘 저와 저희팀에는 일(감)이 격감해서 걱정입니다. 요즘 다른 변호사들의 사정은 어떤가요? 제 팀의 후배들에게 미안해서 그러는데, 다른 팀이 일감들이 괜찮으면 제 팀의 후배들에게 일감을 좀 보내주게 할 수는 없을까요?"
(……………………..)

그의 푸념과 요청을 듣고 있던 대표가 말했다.

"일감이 없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안하지만 난 도통 이해를 못하겠네."
"내 말 잘 들어요. 일은 누가 만들어 주거나, 누가 따다가 바치거나, 이웃 팀이 나눠 주는 것이 아니네. 나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방법 밖에 없어. 일감은 죽으나 사나 나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대표가 계속했다.
"자, 그럼 내 얘기를 좀 더 들어봐요."
대표도 옛날에는 일감이 적어 불안한 시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유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다. 고객이 자기의 능력을 높이 사지 않아 자문의뢰가 감소하였을 수 있다. 또는 로펌 내부 선배들의 자기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법인 내부의 일들이 자기에 배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두 가지 다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자기 자신이 못난 것 같고 마음이 점점 불안했다.
(그러던 중…)
나름대로 발상의 대전환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일감이 내게 오지 않는다? 좋아, 그럼 내게 일이 오도록 하지.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자, 이제부터 나도 일을 만들어 보자!"

대표는 우선 고객들의 골치거리로 대두할 수 있는 미래의 잠재이슈들을 미리 연구하기로 하였다. 고객에게 내재하고 있는 잠재이슈(예를 들어 그 당시로선 누구도 생각하기 힘들었던 환경문제, 남녀간 성 평등 문제… 등등)들을 업종별로 찾아내어 정리를 했다.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언젠가는 표면으로 터져 나올 이슈들을 미리 연구한 것이다. 선진국의 판례도 연구했다. 즉, Malaysia 보다 앞서간 선진국에서 시대의 발전에 따라 형사, 민사, 금융, 공정거래, 조세 등 각 분야에서 어떤 이슈들이 새로이 기업들을 괴롭혔는지 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분야별로 그런 이슈들을 집중 정리하였다. 그리고는 아직 이런 잠재이슈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을 방문하여, 미리 교육을 시키고 warning(경고)을 주고, 나아가 이 문제들을 함께 연구하여 미리미리 대비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을 무시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선선히 수락하는 고객도 제법 있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는 말에 동조했다. 현재의 적은 비용으로 미래의 큰 손해를 막아보자는 데 이를 크게 반대할 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일감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 노교수는 그 대표가 만든 새로운 일감들의 실제 사례를 하나하나 예시했다.

과거 Malaysia 법률이 미국 영화산업의 Malaysia 진출을 막고 있었다. 반면 인근 나라에서는 미국 영화산업의 진출을 허용한 바, 덕분에 미국의 영화가 큰 성장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나라의 로펌들은 영화관련 자문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대표는 Malaysia에서도 곧 그렇게 될 것으로 예측하여, 후배들에게 미리 영화산업에 대한 연구를 시켰다. 6개월도 되지 않아, Malaysia의 법적 규제가 풀리고 Malaysia에 미국영화사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외국 영화사들은 어느 로펌을 찾았겠는가? 당연히 준비가 되어 있는 그 로펌일 것이다. 그 로펌에 대박이 난 것이다. 그 다음은 미국 증권사에 대한 팀을 만들어 대비케 하여 많은 일을 했다. Malaysia의 문호가 개방될 때마다 대박이 났다. 일감이 폭주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새로이 생겨나는 거래형태(예를 들어 신생 금융거래, 파생상품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연구를 시켰다. 신생금융상품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 Malaysia에는 ABS(Asset Backed Securities: 자산담보부채권)라는 상품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표는 이런 상품이 Malaysia에 도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몇몇 변호사를 시켜서 선진국의 사례를 미리 연구하게 하였다.

그의 시선이 이 문제에 꽂힌 이유는 간단했다. 그 당시에 Malaysia 기업들은 많은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출채권은 대부분 할부매출이라서 현금회수기간이 매우 길었다.

이와 같은 매출채권을 관리하는 데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발생했다. 많은 회사들이 이들 채권들의 조속한 현금화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던 때였다. 때는 바로 찾아왔다. 그 후 6개월도 안 되어 Malaysia 기업들의 고민을 눈치 챈 미국금융회사가 대표를 찾아왔다.

기업들의 매출채권을 일시에 현금으로 바꿔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미리 공부한 대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로펌과 그 미국금융회사는 Malaysia의 대기업에 ABS를 도입했고, 이어서 많은 기업들이 그 로펌과 손잡고 이 상품으로 유동성(liquidity: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Malaysia에서 이 상품에 관한 자문은 그 로펌이 거의 독점을 하다시피 했다.

그 동료교수는 그 대표의 말에 감복하여 그 뒤로는 그 대표의 방식을 benchmark했다. 그는 그 후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그 로펌 대표에 오르고 창사 이래 최장수 대표였다고 했다.

전문가는 항상 바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의 투자를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하여 시간을 투자하여야 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업무가 감소한 전문가는 특히 이 시기를 그 투자를 위한 적기라고 생각하여야 한다. 초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여야 한다.

일시적인 불행이 오히려 미래 대박의 씨를 잉태할 수 있는 것이다. 궁즉통(窮即通)이라거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루에 10분도 좋다. 일감이 줄어들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미래의 잠재이슈를 미리 예측하고 연구하여 미리미리 일감들의 씨앗을 뿌려 놓는 것이다. 전문가의 미래투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잠재해 있는 문제점들은 언젠가는 현재화 한다. 이를 미리미리 찾아내고 연구하고 대비하라. 그 것이 당신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일감이다

둘째, 그런 이슈들은 고객이 미처 알지 못 하기 때문에 자문요청을 할 생각을 못 한다. 따라서 고객을 찾아가 이런 이슈들에 대한 교육을 시켜라. 그러면 그 씨앗들이 곧 열매를 맺는다.

셋째, 우리 보다 앞서가는 선진국의 legal issue(법률문제)나 accounting issue(회계문제)들을 미리미리 연구하라. 아직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곧 기업환경이 선진화되면서 동일 이슈들이 한국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당신이 만들어 내는 일감이다. 그러면 일감이 줄지 않는다. 

"일감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 교육예산을 2배로 늘리고, 나쁠 때는 4배로 늘려라!" - 톰 피터스

(전)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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